방공포병대대장④ 지뢰제거작전의 교훈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방공포병대대장의 임무는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작전 범위나 병력, 장비 관리 면에서 포대장 시절의 4~5배 또는 그 이상으로 확장되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고 그 많은 병력과 장비를 지휘하다보면 하루라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고, 즐거운 추억보다는 힘들었던 추억이 더 많이 있었다.
그 수많은 추억 중에서 육군과 합동작전으로 실시한 지뢰제거작전을 소개하며 방공포병대대장 시절의 추억을 마무리 하려 한다.
필자가 대대장으로 부임할 즈음해서, 방포사에서는 포대에 매설된 지뢰를 제거하는 ‘지뢰제거작전’을 시작했다. 지뢰는 꽤 오래전(육군 시절)에 작전상 필요에 의해서 포대 외곽에 매설하였으나, 안보 및 기타 환경이 변함에 따라서 매설했던 지뢰를 제거하게 된 것이다(당시 공군의 지뢰제거 작전은 언론에도 보도되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세부적인 규모와 대상은 여기에서 밝힐 수 없다). 대대장으로 부임하던 해에 지뢰제거작전 대상으로 지정된 대대의 예하 부대는 앞에서 언급한 00포대였다.
지뢰지대 점검(지뢰제거 작전이 아니고)은 필자가 1, 2차 포대장 임무를 수행할 때 지뢰덧신을 신고 몇몇 부사관들과 함께 직접 지뢰지대를 순찰해 본 적이 있었는데, 결코 상쾌한 임무는 아니었다. 당시 실시한 임무는 지뢰지대 외곽으로 유실된 지뢰가 있는지 여부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지뢰지대 접근방지용 철조망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임무는 실제 지뢰지대에 있는 지뢰를 제거하는 것이다.
00포대의 지뢰제거 작전은 인근 지역사(육군)의 지원을 받아서 실시되었다. 육군 대위가 인솔하는 00명의 육군 공병대 병력이 포대로 파견되어서 지뢰제거 작전을 실시했고, 포대에서는 숙소, 식사 등 제반 후방지원을 제공했다.
당시 지뢰제거 작전은 방포사 뿐만 아니라 공군 차원에서도 관심을 가지던 사안이었고, 안전이 최우선이었던 만큼 필자는 지뢰제거 작전 개시 이전부터 육군 병력에 대한 철저한 후방 지원은 물론, 전반적인 지뢰제거 작전계획을 해당 포대장 및 육군 파견대장(0대위)과 함께 철저히 준비했다.
합동작전을 경험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합동작전은 아무리 같은 한국군이라도 소속 軍이 다르면 상호 협조와 배려는 필수적인 가운데 결코 수행하기 쉽지 않은 작전이다. 합동작전의 특징(또는 어려움)을 표현한 말 가운데 “합동작전은 Purple(자주색)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각군을 상징하는 색상(육군 : 녹색, 해군 : 짙은 파란색, 공군 : 하늘색, 해병대 : 녹색 또는 얼룩무늬 등등)을 섞으면 자주색이 된다는 의미인데, 그만큼 합동작전은 각 군 특유의 특성(색상)이 섞여서 작전 수행이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00포대의 지뢰제거작전은 비록 소수의 육군 병력이 포대에 파견되어 포대 주변에 매설되어 있는 지뢰를 제거하는 작전이지만, 이 또한 합동작전인 것이다. 다행히도 지역사(육군 군단/사단)와 업무협조는 잘 이루어졌고 포대로 파견된 육군 장교의 성실함으로 인하여 지뢰제거작전은 성공적으로 종료되었다.
인솔자인 육군 0대위는 매우 성실한 장교였고(공병 장교로 기억한다), 얼마나 지뢰제거 작전(병력 관리 포함)을 성실하고 확실하게 했는지 지뢰 제거 작전이 종료될 무렵에는 그 육군 장교를 필자의 대대나 예하포대의 참모장교로 임명하고 싶을 정도였다.
지뢰제거 작전 기간에는 지역사 부대장(군단장/사단장)도 가끔 포대에 와서 현장을 둘러보고는 애로사항은 없는지, 육군에서 더 도와줄 것은 없는지 등을 확인했다. 그런데 여기서 다같이 웃었던 에피소드가 한번 있었다.
결국은 필자의 하얀 피부색과 다소 어리게 보이는 외모 때문이었는데, 2차 포대장때는 필자의 하얀 피부색을 일부 몰지각한 장교들이 필자를 음해하는데 악용해서 불쾌했지만 이후부터는 하얀 피부색과 외모 때문에 가끔 필자가 웃을 수 있는 유쾌한 상황들이 있었다.
지뢰제거작전이 한창 진행중이던 그해 여름, 지역 군단장이 포대를 방문했을 때였다. 필자는 현장에 나가서 지역 군단장에게 대대 일반현황과 작전태세, 지뢰제거 작전 기간중 대대(포대)에서 육군 병력을 지원할 사항, 예상되는 애로사항 등에 대하여 상세히 브리핑을 했다. 브리핑을 모두 마치자 군단장이 필자에게 묻는다. “보고는 잘 받았다. 그런데 대대장은 언제 오는가?”
필자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분명히 브리핑하기 전에 내가 대대장이라고 인사를 했는데...). 그러나 필자는 이내 사단장이 오해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제가 대대장입니다. 저는 공사 00기생으로서 육사 00기와 같은 해에 임관했습니다.” 그러자 그 군단장은 (상황이 이해가 되었는지) 웃으면서 “자네가 너무 젊어 보여서 대대 작전참모나 부대대장인줄 알았네.” 모두들 파안대소했다.
이후로도 이런 상황은 가끔 있었다. 특히 필자가 대령으로 합참이나 국방부에서 근무할 때는 타군 장교들(중령 이하)이 필자를 중령으로 오인해서 경례를 안하거나(계급장보다는 얼굴을 먼저 보게 되므로), 처음 만나는 대령들도 필자를 갓 대령으로 진급한 장교(내지는 후배 장교)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러한 경우들은 모두 웃으면서 유쾌한 경험으로 남게되었다.
아무튼, 지뢰제거작전 기간 중에 지역사(육군)와 포대 사이의 업무협조는 대단히 잘 되었고, 지뢰제거 작전 또한 매우 순조롭고 안전하게 진행되었다.
지뢰제거 작전이 종료되기 일주일 전 쯤 해서 필자는 00포대에 가서 포대장과 함께 육군에서 파견된 병력에 대하여 위로행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육군 0대위와는 부대 식당에서 별도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고 위로했다.
그때 농담 삼아 그 대위에게 물었다. “0대위! 혹시 공군으로 전군해서 나하고 같이 근무하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 0대위도 맞장구를 쳤다. “저도 (여건이 허락한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없는 질문과 대답이었지만 그동안 0대위가 얼마나 성실히 근무를 하였으면, 그리고 지뢰제거 작전 기간 중 서로간에 얼마나 깊은 신뢰가 쌓였으면 그런 질문과 대답을 하였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