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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의 ESG 칼럼

ESG, 수출입은행이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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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 교수
입력 : 2021.10.13 09:18 ㅣ 수정 : 2021.10.13 09:18

7개의 ESG 이행원칙 중 첫 번째가 인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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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문성후 숙명여대 SBS 초빙대우교수] ESG와 CSR, CSV의 차이는 무엇일까? 각 개념의 차이도 있지만 이를 요구하는 이해관계자의 차이가 더 크다. CSR과 CSV는 학계가 제시했는데 ESG는 투자자들이 요구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UN PRI를 비롯한 몇 개의 ‘투자 원칙’을 선언하고 이를 실행하며 ESG 경영을 독려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2019년 9월 22일 전 세계 130개 이상의 은행이 서명한 원칙인 ‘책임 있는 은행 원칙(Princples for Responsible Banking)이다. 총 6개의 원칙인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이 첫 번째 조항, ‘우리는 SDGs 목표, 파리기후변화협약과 적절한 국가, 지역적 프레임워크에 표현된 대로 개인의 니즈와 사회의 목표에 일치하고 기여하도록 사업 전략을 배열할 것이다’라는 조항이다. 원칙은 늘 첫 번째 조항이 가장 핵심이다. 이 조항 하나로 은행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너무도 명확하게 이해관계자들은 알 수 있다. 

 

기업도, 기관도 ESG 경영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먼저 할 일은 자사를 점검하고, 이해관계자를 확정하며 이처럼 그들을 위한 경영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다. 막연히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는 ESG 활동들을 모아 집대성한다고 해서 ESG 경영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SASB, TCFD와 같은 프레임워크가 중요한 이유는 ESG가 원칙과 틀에 따라 정리되고 실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아주 의미 있는 활동이 바로 ‘ESG 경영 원칙’을 자체적으로 수립하고 선언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기업이나 기관이 ESG 위원회도 설치하고, 전문가도 모시지만 정작 ESG를 위한 원칙 선언은 잘 보이지 않는다. 

 

ESG 이행 원칙을 충실하게 세운 금융기관이 있다. 한국 수출입은행(이하 ‘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ESG를 당장 사업 기회로 접근하기보다는 문화와 리스크로 진솔하게 하지만 전략적으로 그 사명을 나열해 놓았다. 타사의 벤치 마킹을 위하여 총 7개의 원칙을 그대로 옮긴다.

 

첫째, 우리는 ESG 금융 활성화를 통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ESG 경쟁력 강화 및 사회적 가치 창출 확대에 기여한다. 둘째, 우리는 친환경 및 사회적책임 이행을 고려하여 기관을 운영한다. 셋째, 우리는 경영 활동에 있어 발생 가능한 환경사회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넷째, 우리는 투명한 지배구조 체계와 청렴문화 정착을 통해 ESG 원칙을 실천한다. 다섯째, 우리는 고용상 차별을 금지하고, 양성평등으로 포용적 문화를 확산한다. 여섯째, 우리는 국제협약 및 정부정책에 연계하여 ESG 경영을 이행한다. 일곱째, 우리는 원칙 이행사항을 책임감 있게 점검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며, 이해관계자와 적극 소통한다. 

 

여기서 필자가 아주 인상적으로 보는 것은 수출입은행의 첫 번째 원칙이다. 금융의 사회적가치 확대를 천명하고 비즈니스 측면에서 ESG여신 및 투자를 활성화하며 이와 연계된 ESG 채권 발행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수출입은행 답게 우리 기업의 ESG 경쟁력 강화 및 사회적가치 창출 확대를 위한 금융지원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하였다.

 

종종 ESG경영을 하겠다고 발표하면 우선 기관이나 기업은 본질적인 존재 목표를 뒤로 하고 ESG를 마치 최고선처럼 실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ESG는 기업이나 기관이 본래 가진 존재의 목적이 뒤처지지 않게 실천해야 한다. ESG는 자선기관이나 기부단체를 만드는 경영 패러다임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공공기관이자 금융기관이 사명과 수익을 모두 실천하는 목표점을 잡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수출입은행은 첫 번째 조항에서 명료하게 은행의 ESG 이행원칙을 선언하였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이 작성한 ‘ESG 경영소개서’를 보면 우리 기업의 글로벌 ESG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하여 수출입은행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 누적 금액 기준으로 180조원 이상되는 ESG 여신을 지원하겠다고 되어 있다. 물론 여기에는 기업 여신에 ESG 경영 지표를 적극 활용하고, 기업의 ESG 성과에 따라 금융혜택을 준다는 ESG 경영 독려 방안이 강하게 담겨있다. 수출입은행이 본래 하는 일이 그런 일 아닌가라고 결코 폄훼할 것이 아니다. 

 

ESG는 원래 당연한 경영 요소였다. 기업이나 기관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사회적 차별을 하지 않고, 지배구조를 불투명하게 만들어선 안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다 알면서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ESG 경영의 상쇄 효과가 겁나서, 주주 위주로만 경영을 하는 게 당장 수익을 높이기에, 전문 경영인이 수탁자의 의무를 위배하는 것 같아서 ESG 경영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당연한 경영을 하지 않았던 기업과 기관의 행태가 결국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기업을 망가뜨리기에 셈에 밝은 투자자들이 제일 먼저 찾은 회복 방법이 ESG였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금융기관은 ESG 경영을 하지 않아도 티가 덜 난다. 일단 투자자 입장인데다가 쇼터미즘(short-termism)으로 그린 워싱한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투자하여 당장의 수익을 내고 싶은 유혹도 많이 느낄 것이다. 하지만 공적인 금융기관이 어디로 방향키를 두는 가는 국가 경쟁력과 기업 우위 확보에 무척 중요한 일이다.

 

수출입은행도 은행이다. 은행은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되기에 약속은 무척 신중하게 해야 한다.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수출입은행이 7대 ESG 경영 원칙을 천명하고, 이를 수치로 제시하며 임직원들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약속을 하였다. 원칙 선언도, 목표제시도 은행이 하기 참 어려운 일이다. 수출입은행은 ESG를 진심으로 하고 있다. 

 

◀문성후 교수의 프로필▶ 숙명여대 SBS 초빙대우교수, ESG중심연구소 소장, 경영학박사, 미국변호사(뉴욕주), '부를 부르는 ESG' 등 저서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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