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56)] 방공포병대대장③ ‘지휘책임’에 대한 소고(小考) II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9.30 09:39 ㅣ 수정 : 2021.09.30 09:39

군내 사고발생해도 정상적 지휘활동했으면 '개인책임'만 물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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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즉, 그 고급장교는 독일軍 參謀大學에 유학할 때 독일군의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에 참가를 하였고, 기동훈련 중에 차량 사고(인명피해 포함)가 발생하였다고 한다.

 

사고 발생 직후 헌병대에서 현장을 확보한 후, 훈련은 계획대로 지속하였다고 한다. 세부적인 사고 조사를 마친 헌병대에서는 조사 결과를 상급부대에 보고하였고, 상급부대에서는 사고조사 결과와 함께 후속조치(처벌 수위 포함)를 발표했다고 한다.

 

기동훈련 부대장의 경우에는 그 부대장이 훈련 전 정상적인 사전 훈련 또는 안전 교육 등을 실시하였는지 여부(즉, 지휘관으로서 훈련 전에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 여부)를 토대로 처벌 유무가 결정되었다고 한다.

 

당시 그 기동부대장은 훈련 전에 해야할 모든 조치를 다했다고 판명되어 지휘관 처벌은 없었고, 차량사고와 관련한 당사자들에게만 조치가 취해졌다고 한다.

 

위와 같은 독일군의 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어떤 사건이 발생시에 사전에 정상적인 지휘활동(교육, 예방조치 등)이 있었다면 해당 지휘관까지 일률적으로 처벌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며, 정상적인 지휘활동이 있었음에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해당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모든 악성 사고 때마다 지휘관까지 같이 처벌하면 軍의 최우선 목표인 ‘전투준비태세’ 유지보다는 사고방지에 급급한, 주객이 전도된 행정위주의 나약한 군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휘책임과는 다소 다른 내용이지만 음주운전에 관한 예를 들면서 ‘지휘책임’에 대한 소고를 마무리 짓고자 한다. 꽤 오래전 이야기이다. 軍에서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자, 어느 참모총장이 이런 지시를 내렸다. “앞으로 음주운전자가 발생한 부대장은 그 부대장이 직접 참모총장에게 경위를 보고하라.” 이 지시를 받은 부대장들은 다들 난감해 했다. 입이 닳도록 교육 시켰음에도 음주운전자가 발생하는 것도 화가 나는 일인데, 그것을 참모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라니?

 

부대장 입장에서 ‘음주운전 금지’를 강조했으면 했지, 세상에 어느 부대장이 부하들에게 ‘음주운전’을 강요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부대장이 참모총장에게 직접 음주운전 경위를 보고하라는 것은 그 부대장에 대한 처벌 아닌 처벌인 것이었다. 그 지시를 내린 참모총장의 마음이야 이해하겠지만(오죽했으면 그런 지시를 했을까마는), 이렇게 한다고 과연 음주운전이 근절되었을까?

 

반복하지만, 정상적인 지휘활동이 있었음에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철저히 그 문제를 일으킨 개인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이다. 그래야 지휘관도 큰 숲을 바라보며 정상적인 지휘를 할 수 있고, ‘신상필벌(信賞必罰)’을 통한 군기가 확립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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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하 포대장 이취임식을 주관하는 필자

 

대대장 부임 후 1개월 정도가 지나면서 예하 부대의 활동이 한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한국의 중서부에 위치한 대대 작전 지역은 필자가 초급 장교 및 2차 포대장때 근무했던 강원도 지역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기온 변화가 적고, 여름철 폭우 및 겨울철 폭설이 거의 없어서 부대관리에 큰 애로사항은 없었다.

 

가끔 예하 부대장 들에게 강원도 지역에서의 폭설, 폭우 경험을 얘기하면 믿지 못하는(공군에도 그런 부대가 있는가 하는) 눈치였다.  역시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이해한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예하 포대가 모두 같은 대대 작전범위 내에 있다고는 하지만 각 지역별로 특색이 있었고, 지역에 따라서 포대 분위기도 상이했다. 포대에 따라서 어떤 포대는 조용하고 푸근한 분위기였고, 어떤 포대는 왠지 삭막한 분위기였다.

 

그런 상이한 분위기에 대해서 혹자는 풍수지리설을 적용하기도 하는데, 필자의 생각에 지형적인 요인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결국은 그 포대의 인적 구성에 따라서 포대 분위기가 좌우된다고 생각한다. 즉, 포대장과 포대 주임원사, 그리고 각 중대별 부사관들의 사고방식에 따라서 그런 상이한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조직의 리더와 그 조직의 간부들이 얼마만큼 주인의식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느냐에 따라서 그 조직의 분위기와 성과는 달라진다고 생각하며 군대도 예외는 아니라고 본다.

 

많은 사람들은 보통 부대라고 하면 ‘부대 = 삭막한 곳’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방공포병 포대는 무기체계의 특성상 주변보다 높은 고지 정상에 주둔하고 있어서 ‘주변 경치’는 비교적 좋은 편이다.

 

대대의 예하 포대들은 대대본부에서 차량으로 각각 1~1.5시간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대대 예하 포대 중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한 00포대는 비교적 도시와 떨어져 있는데, 포대 진입로에 들어서면서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리고 포대에 가서 주위를 둘러보면 고즈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부대라기 보다는 잘 관리된 국립공원 같은 생각이 들었다.

 

00포대는 부대 내의 지형과 주변의 자연환경, 그리고 부대원의 노력이 잘 조화되어서 조용하고 깨끗한 공원 같은 부대였고, 전투력(인원 및 장비 수준)또한 대대 내에서 최고였다. (그래서인지 가끔 머리가 복잡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 00포대로 지휘순찰을 가면, 나도 모르게 기운이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여단장이 되어서 00포대로 지휘순찰을 갔을 때도 그 느낌은 비슷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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