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55)] 방공포병대대장② ‘지휘책임’에 대한 소고(小考)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9.14 20:06 ㅣ 수정 : 2021.09.14 20:06

무한에 가까운 지휘책임이 사건 은폐의 동기로 작용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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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부임 후 약 1개월이 지나고 여단장에게 첫 업무보고를 하였다. 여단장(J모 준장)은 그 전에는 업무상 몇 번 조우한 적은 있으나 상하 관계로 근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약간 긴장한 가운데 1시간 정도 업무보고를 하였고, 업무보고를 받은 여단장은 ‘약 한달 동안 대대 업무를 파악하느라 고생했다. 업무보고와 같이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갖추고 안정적으로 대대를 지휘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훈시를 하였다.

 

군 생활을 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지휘관 부임 후에 하는 첫 업무보고는 상급 지휘관과의 첫 공식 업무보고 자리이기에 보통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때는 왜 그리 긴장이 되었는지! 필자가 여단장으로 부임한 이후 예하 지휘관들에게 업무보고는 간단하게 하라고 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도 여단장이나 사령관에게 초도 업무보고 할 때는 많이 긴장하였으리라 생각한다.

 

예하 포대에 대한 지휘 순찰은 1주일에 1개 포대를 다니기에도 빠듯했다. 각각의 포대로서는 한 달에 한번이지만, 대대장으로서는 예하 전 포대와 정비대 등을 모두 돌아보면서 전투준비태세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병력 관리는 잘되고 있는지, 기타 애로사항은 없는지 등등을 파악하다보면 한 달이 금방 지나갔다. 그때는 지금과 같이 상하 제대 간에 화상통화 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지 않았던 관계로 많은 시간을 현장에서 보내야 했다.

 

대대장으로 부임한 후에 예하 포대장들에게 첫 번째로 강조한 사항은 ‘전투준비태세 유지’와 ‘규정과 절차 준수’였다. ‘전투준비태세 유지’는 군인으로서 당연한 것이었고, ‘규정과 절차 준수’는 필자가 2차 포대장때 경험했던 ‘병사 자해’ 사건 처리를 예로 들면서 ‘어떤 사안’이 발생할 경우에 고민(지휘책임 등등)은 되겠지만 결국은 정상적인 처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물론 쿠웨이트 호크 포대장 같이 필요시에는 ‘독단 활용’이 필요하다는 것도 언급하였다. 다행히도 예하 포대장과 정비대장들은 필자의 강조사항을 잘 따라 주었고, 필자가 대대장 임무를 수행하는 기간 중 대대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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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대장 재직시 방포사 검열결과에 서명하는 필자 [사진=최환종]

 

여기서 ‘지휘관의 지휘책임’에 대하여 잠시 필자의 견해를 언급하고자 한다. 

 

요즘 신문지상에 보면 각 군별로 발생한 각종 불군기 행위(악성 사고)로 인하여 군의 전투력 저하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어떤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지휘관은 대부분 지휘책임을 지게 된다. 그리고 이런 큰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지휘계통으로 보고가 되었는지의 여부가 대두된다. 그러면 왜 지휘계통을 통한 보고 문제(지연, 누락 등)가 대두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지휘관(지휘자)에게 주어지는 ‘지휘 책임’이 무한에 가까운 것도 한가지 원인이라고 본다. 무한에 가까운 ‘지휘책임’ 때문에 어떤 사건 발생 시 각급 지휘관(지휘자)들은 계급 고하를 막론하고 부대관리 소홀에 대한 처벌과 이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을 걱정하게 되며, 이에 따라 위와 같은 보고 문제(지연, 누락 등)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어떤 문제가 발생되었을 때 지휘관(지휘자)까지 처벌하는 것은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사건을 은폐(또는 축소)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2차 포대장 임무를 수행할 당시에 신병의 자해 사건으로 필자는 물론 포대 전체가 힘든 상황에 처해 있었다. 그 당시에 필자는 처벌을 각오하고 정식보고를 하였는데, 그런 각오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는 방법으로 접근하였을지도 모른다.

 

사실 軍에서 지휘관의 책임은 그 범위를 한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각급 지휘관은 부대의 작전실패나 부대관리 소홀에 의한 악성사고 발생시에 그에 대한 지휘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동안 지휘책임을 묻는 경우가 너무나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것 같아서, 이제는 ‘지휘관의 책임’에 대하여 보다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부대 내 악성사고(구타/가혹행위 등등) 발생시 해당 지휘관(지휘자)까지 같이 처벌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이 되는데, 정상적인 지휘관(지휘자)이라면 어느 누가 구타나 가혹행위 등을 조장하거나 방치하겠는가?

 

정상적인 지휘관(지휘자)이라면 부대원들에게 불군기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성을 들여 반복 교육은 물론 감독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시사항을 어기고 구타나 가혹행위 등의 불군기 행위를 행한다면 그것은 그 행위를 한 개인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천편일률적으로 해당 지휘관(지휘자)까지 처벌하다보니 보고 지연 등 은폐 아닌 은폐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필자가 국방부 전비태세검열단에서 검열관(대령)으로 근무할 때 들은 얘기이다. 독일軍 참모대학으로 유학하여 공부했던 어느 고급 장교가 당시 독일군 훈련에 참가하면서 경험했던 일화라고 하는데, 지휘관의 ‘지휘책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하는 내용이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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