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지난 10일 금융위원회는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를 통해 금융정책·감독의 기본 원칙으로 ‘금융회사의 창의와 자율을 존중하는 시장 친화적 정책·감독’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금리·수수료·배당 등 경영 판단 사항에 대해 원칙적으로 금융회사의 자율적 결정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대출을 예를 들면 지금까지는 정부가 은행의 대출 한도를 부여하고, 준수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 금리와 한도를 결정하고 과잉 대출에 대한 책임을 은행이 지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정책 기조의 근본적 전환을 시사하는 것으로 금융권 및 핀테크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은 신용 팽창으로 인한 주택시장 버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급증하는 대출과 이에 따른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을 제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대출 증가의 근본적 원인은 투기 수요와 함께 과소비 성 실수요의 증가인데 정부가 이를 재단해 실수요자에게만 대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은행이 과잉 대출 수요를 가격 기능과 심사 기능 등 시장기능을 활용해 자율적으로 대출하도록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며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서영수 연구원은 “따라서 금융 정책 방향도 금융 혁신과 같은 소비자 편익과 일자리 창출에서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수정될 수밖에 없다”며 “현 정부는 4차산업 혁명의 핵심을 금융 혁신으로 이해하고 핀테크산업, 인터넷전문은행을 집중 지원·육성했다. 그러나 그 결과 과도한 대출 성장과 집값 폭등이 초래됐으며 일자리 창출보다는 빅테크 기업이 금융산업을 주도하는 생태계로 전환, 금융 불안정을 심화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원 역시 내부보고서를 통해 빅테크의 진출 시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하는 반면 기존 은행은 상품 공급자로 강등함으로써 금융시스템 불안을 높일 것이라 우려했다”고 덧붙였다.
서 연구원은 “향후 정책 기조가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은 사실상 부채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부채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은행 주도로 한계 차주에 대한 채무 재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이익 창출 능력과 이를 위한 우호적 경쟁 환경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정부는 은행에 추가적인 충당금과 이에 맞는 추가적인 자본 확보를 요구할 것”이라며 “금리·수수료·배당 등의 자율권을 부여 받고 플랫폼 회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은행 주가에는 절대적으로 호재”라고 언급했다.
그는 “적어도 당분간 은행이 플랫폼 회사의 상품 공급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줄어든 것만으로도 과도한 밸류에이션 할인은 일정수준 해소될 수 있다”며 “나아가 구조조정의 주체로서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책임도 부여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선제적 구조조정과 이를 통한 적절한 충당금 확대는 단기적 이익 감소 요인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위험요소를 줄여 은행주 재평가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