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이슈 진단 (55)] 탄약지환통 규격 현실에 맞게 개정하고 개발 완료된 ‘친환경 지환통’ 활용해야

김한경 안보전문기자 입력 : 2021.09.07 09:26 ㅣ 수정 : 2021.09.07 13:11

완성탄 업체와 지환통 업체 모두 어려운 상황…국방부 중심으로 슬기로운 해결방안 모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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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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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5월 육군 탄약사령부 주도로 개발이 완료돼 국방규격까지 제정된 ‘친환경 지환통’의 모습. [사진=△△지관]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감사원이 지난달 3일 ‘탄약 조달 및 관리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탄약지환통(이하 지환통)의 국방규격 미준수 문제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그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현행 국방규격에 따르면 지환통에는 방수지 역할을 하는 이중 크라프트지가 2장이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감사원이 감사과정에서 육군 탄약사령부에 의뢰해 최근 5년간 납품된 지환통 31개를 모두 절개해 검사한 결과, 이중 크라프트지 2장 중 1장 또는 2장이 일반판지로 대체돼 규격과 다르게 제조된 사실이 확인됐다.​

 

“개발 주관한 ADD, 이중 크라프트지 1장만 넣는 것으로 규격 변경”

 

이런 문제가 드러나 시정하라는 감사 처분이 있었으나 사실을 확인한 결과, 지환통 개발이 완료된 후 첫 생산품부터 이중 크라프트지는 1장만 들어간 상태로 제조돼온 사실이 밝혀졌다. 개발품과 다르게 첫 생산품을 만든다는 것은 도저히 발생할 수 없는 일이므로 결국 첫 생산품부터 규격이 달랐다는 것은 이미 규격이 변경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뉴스투데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지환통 업체를 수소문한 결과, 개발 당시인 1974∼75년 실무자로 참여했던 A씨의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지환통은 2개 업체가 제조하는데 이 중 한 업체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최초 국방규격에는 이중 크라프트지 2장이 들어갔지만 시험 과정에서 계속 실패하자 당시 개발을 주관하던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이중 크라프트지를 1장만 넣는 것으로 변경했다”라고 말했다. 

 

즉 1973년 당시 미군 규격을 기준으로 국방규격을 먼저 제정한 후 개발이 끝난 다음 변경된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중 크라프트지를 1장만 사용하는 것이 개발 종료 후 정립된 실제 국방규격이었던 셈이고, 첫 생산품부터 지금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만들어 납품해온 것이다. A씨는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도 이 사실을 주장했으나 당시 감사관은 현재 규격만 보고 얘기할 뿐이란 입장이었다고 한다. 

 

감사에서 이중 크라프트지 아예 사용하지 않은 제품도 일부 발견

 

그런데 31종을 절개해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또 다른 문제는 이중 크라프트지를 아예 사용하지 않은 지환통이 일부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이중 크라프트지 1장을 일반판지로 바꾼 것은 실제 국방규격에 따른 것이고 현재까지 문제가 없어 성능도 입증된 셈이지만, 업체가 임의로 이중 크라프트지 2장을 모두 일반판지로 바꾼 것은 차후 성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어 성능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한 지환통 업체가 3년 전부터 이중 크라프트지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제작해 납품해왔다는 제보가 있었다. 제보자 B씨에 따르면, 그 회사는 이중 크라프트지를 자체적으로 만들지 못해 그동안 별도로 구입해 사용했는데, 3년 전에 이중 크라프트지를 납품하던 회사가 폐업하자 일반판지로 대체해 납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업체 임원에게 기자가 전화를 걸어 관련 사실을 문의하자 “증명된 것이 없지 않느냐?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다른 지환통 업체는 자체적으로 이중 크라프트지를 만들어 사용했기 때문에 실제 규격대로 제조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이중 크라프트지를 모두 일반판지로 대체한 지환통을 사용해 탄약을 납품했던 일부 완성탄 업체들은 지환통을 전량 교체해야 할 형편이다. 

 

‘친환경 지환통’ 개발했음에도 신형 지환통 개발 추진 시도

 

이와는 별개로, 육군에서 지난 2015년에 ‘친환경 지환통’을 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이를 사용하지 않다가 최근 지환통의 국방규격 미준수 문제가 불거지자 신형 지환통 개발을 다시 추진하려는 것으로 알려져 ‘졸속행정’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는 지환통 관련 1차 보도에서 업계의 일부 의견을 들어 미군의 발전된 규격에 맞게 새로운 개발을 추진하자는 주장을 내놓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가능성 여부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이미 개발에 성공한 지환통이 있음을 알게 됐다. 육군 탄약사령부의 주도로 2013년 1월부터 개발이 추진돼 2015년 5월 완료된 ‘친환경 지환통’으로 국방규격까지 제정돼 있었다. 

 

이 지환통은 2012년 풍산이 수주한 ‘탄약포장재료 개선사업’을 통해 개발됐다. 개발업체는 저장 및 기능시험까지 거쳐 우수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친환경 지환통은 기존 지환통처럼 폐기비용(톤당 약 20만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재활용 판매(톤당 약 13만원)가 가능해 기존 지환통과 비교 시 톤당 33만원가량 경제적 이익이 생긴다고 개발업체는 주장한다.

 

이와 같이 친환경 지환통 개발에 성공하고도 개발업체는 행정서류상 사소한 문제로 제대로 납품 한 번 못했다. 방사청과 국방기술품질원(이하 기품원) 실무자들이 관심 갖고 해법을 찾으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군 규격을 적용한 새로운 개발을 추진하려는 것이지만, 3년 이상의 시간과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데다 업체들도 반대하는 입장이다.

 

업계 일각, “국방부 군수관리관이 직접 나서서 방향 결정해야”

 

업계 일각에서는 “국방부 군수관리관이 직접 나서서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먼저 탄약창과 탄약보급소에 근무하는 검사관들에게 기존 지환통에 그동안 문제가 있었는지 설문조사를 하고, 이상이 없었다는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기존 지환통의 국방규격을 이중 크라프트지 1장만 사용하는 것으로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개발된 친환경 지환통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존 지환통의 국방규격이 변경되지 않은 것에는 당시 ADD의 책임이 상당하고 이후 이를 인지하지 못한 방사청과 기품원의 책임이 있다. 하지만 친환경 지환통은 형상관리 책임이 탄약사령부에 있어 방사청 규격목록과에서 규격 적용에 필요한 내용만 일부 보완하면 전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러한 조치는 방사청이 최근 신속 유연한 획득절차에 적합한 ‘성능형’ 규격을 활성화하려는 노력과도 부합된다. 방사청은 그동안 적용해온 ‘상세형’ 규격이 품목의 기술적 요구조건과 요구성능의 달성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기술함으로써 최신 기술과 신규부품의 적용을 막고 일정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감사 결과로 탄약 납품이 일시 중단됨에 따라 완성탄 업체들과 지환통 제조업체들은 현재 모두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방사청과 기품원도 책임 문제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환통 규격 문제로 군에 탄약 공급이 장기간 중단되는 상황이다. 이제라도 국방부가 중심이 돼 방사청과 기품원의 협조아래 슬기로운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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