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배달 어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대표 김범준·김봉진)이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한 식당 업주가 경쟁 식당 업주로부터 이른바 '별점 테러'(의도적으로 낮은 평점을 주는 행위)를 당하고 있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가해자(?) 역시 경쟁 식당의 업주이기 이전에 소비자라는 이유 때문이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경기 수원에 닭요리 전문점을 열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데 갑자기 배민 앱에 부정적 평가의 리뷰가 달렸다. "이 맛으로 (배민) 랭킹 들어가는 건 강원도 시골 끝자락에 배민 입점 가게가 없을 때 가능한 얘기다. 닭에서 비린내 엄청 심하다. 재고관리가 안 되니까 그럴 거다. 6년 연구해서 이 정도면 능력 없는 거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음식 만족도를 평가하는 '별점'도 5점 만점에 1점을 줬다. 최하위 점수다.

이런 리뷰와 별점을 확인한 A씨는 깜짝 놀랐다. 배달 앱 내 리뷰와 별점은 소비자가 음식을 선택할 때 큰 영향을 미치기에, 그야말로 악재 중에 악재를 만난 것만 같았다. 더욱이 음식의 맛에 있어 자부심이 컸던 만큼 충격도 컸다.  

그런데 악성 리뷰를 단 사람은 알고 보니 자신의 매장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B씨였다. B씨가 의도적으로 경쟁 식당을 비방하는 리뷰를 남긴 것이다.

B씨도 자신의 정체를 숨기지 않았다. B씨는 배민 앱 리뷰에 "덕분에 저희 가게 홍보 감사하다. 다들 저희 가게 오셔 실패하지 마시고 맛난 음식 드세요. 많이 파시고 욕도 많이 드시라"고 적었다. 

이에 A씨는 우아한형제들 측에 B씨의 리뷰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우아한형제들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어렵다"는 것이었다.  

A씨는 "리뷰 삭제를 요청했지만, 내부 운영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처리되지 않았다는 회신과 함께 처리결과에 이의가 있으면 고객센터로 연락달라는 말 뿐이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아한형제들도 이런 상황이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리뷰의 저작권은 소비자에게 있기에 우아한형제들이 일방적으로 삭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우아한형제들 등 배달 앱 업체들은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요청으로 약관을 수정한 바 있다.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배달 앱 약관의 불공정을 바로잡겠다는 취지였다.

우아한형제들은 이 과정에서 '소비자 게시물의 내용 등에 조치가 필요한 경우 즉시 임시조치(블라인드, 차단) 할 수 있고, 영구적으로 삭제해야 할 경우 사전에 고객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약관을 바꿨다.

그런데 이 일로 A씨 같은 또다른 피해자가 고통을 받게 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리뷰를 단 사람은) 경쟁 식당 사장님이기 이전에 음식을 배달시킨 소비자이다"며 "소비자의 리뷰의 경우 30일 블라인드 처리 요청을 하면 노출이 안 될 수는 있지만 삭제는 운영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뷰를 남긴 경쟁 식당 업주에게 경고를 주는 등 어떠한 불이익을 가할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