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패권경쟁 속 삼성 이재용號가 그리는 '세계 1위 초격차' 밑그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글로벌 반도체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삼성그룹이 3년간 24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직접 채용하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달 2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으로 복귀한지 11일 만에 내린 결단이다.
투자계획에서 가장 핵심은 역시 반도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 초격차와 ‘2030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3년간 약 15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당 당시 발표한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신·증설을 포함해 중국·인도·베트남 등 해외 생산기지에 투자하고 M&A(인수합병)에도 30조원 가량을 투입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미 반도체 투자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중이라고 보고 있다. 테슬라와의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전기차업체인 테슬라와 협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를 다시 한 번 추격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미국 미래자율주행차, 전기차 강자인 테슬라와의 반도체 협력을 이어왔다. 테슬라는 지난 2019년 출시한 자율주행시스템 ‘HW3’에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칩'을 탑재했다. HW3의 생산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에서 맡아왔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자율주행투자자 데이’에서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가 “테슬라에서 이미 개발 중인 새로운 칩이 2년 안에 출시될 것”이라며 “현재 삼성과 함께 텍사스 오스틴에서 새 칩 제조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고 직접 소개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테슬라 연맹이 올해 더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있다. 최근 테슬라 AI 데이에서 일론 머스크가 직접 소개한 반도체 칩 ‘D1’을 삼성전자가 생산할 것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D1’은 테슬라가 개발 중인 슈퍼컴퓨터 도조에 사용되는 칩이다. 테슬라에 따르면 도조는 테슬라가 판매한 약 100만대 전기차로부터 얻은 자율주행 데이터를 훈련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로, 수천개의 반도체 칩이 투입된다.
D1은 7㎚(나노미터, 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현재 이 공정이 가능한 TSMC 또는 삼성전자에서만 만들 수 있다. 앞서 테슬라가 삼성전자와 자율주행시스템 ‘HW3’에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부문으로 협력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의 협력으로 이미 자율주행차 생산경험이 있는 테슬라는 이번 D1도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을 밝히고 있지 않다. 다만 한 업계관계자는 이날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으로 메모리, 파운드리뿐만 아니라 최근 팹리스(반도체 제조·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 LSI 부문이 중요해지고 실적도 개선되는 중”이라며 “테슬라처럼 직접 반도체를 만드려고 하는 기업에겐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삼성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