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열풍' 다시 부나… 文 대통령 '세계 4대 벤처강국' 공언에 삼성·현대차·SK·LG 화답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대한민국은 이제 추격의 시대를 넘어 추월의 시대를 맞고 있다. 추월의 시대에 많은 새로운 성공 전략을 찾아야 하며, 벤처산업이 그 해법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6일 열린 'K+벤처'(K애드벤처) 행사에서 벤처산업 지원 방안을 제시하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기술창업 활성화, 인재·자금 유입 촉진, M&A(인수합병) 시장 활성화 등 3대 과제를 내놓으며 “앞으로 정부가 힘껏 뒷받침해 오는 2024년까지 벤처산업 일자리를 30만개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의 벤처산업 육성 의지가 높은 가운데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벤처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출소 이후 11일 만인 지난 24일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바이오 등 주요 계열사에서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를 벌이고, 4만명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가운데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청년 소프트웨어(SW) 교육과 C랩(크리에이티브랩)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 눈에띄는 대목이다.
C랩은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으로, 2012년부터 사내 벤처(인사이드)를 육성했으며 2018년 부터는 외부 스타트업(아웃사이드) 지원으로 확대해 유망 사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C랩을 통해 총 338개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이는 국내 벤처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C랩을 통해 청년들이 계속해서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하는데 힘쓸 것”이라며 “C랩 스타트업들이 유니콘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완성차 및 모빌리티 스타트업은 물론 바이오, 이미지센서 등 다양한 사업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현대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임직원들을 지원하고 미래 신사업 추진 동력 창출을 위해 지난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벤처플라자'를 운영 중이다.
올해부터는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프로그램 명칭을 바꾸고 기존 '제로원' 브랜드와 통합해 보다 다양한 분야로 사업 선발 범위를 넓혔다. 그동안 58개팀이 육성됐으며 올해까지 25개의 기업이 분사됐다.
아울러 'H-온드림 스타트업 그라운드' 사업을 통해 그룹 주요 계열사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미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환경 스타트업 지원에도 나서고 있다.
SK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기반으로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주)와 각 계열사 별 투자가 진행된다. SK 측은 “사회 문제 해결 의지 성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력과 사업 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소셜 벤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한 ‘딥 체인지’의 일환으로 각 계열사에서도 두드러지는 투자 기조다. 최 회장은 지난달 20일 SK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며 “SK의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이끌기 위해 사회적 문제를 혁신적으로 해결하는 스타트업 대상의 임팩트(Impact) 투자도 확대하고 있으며, 올해부터 2023년까지 총 450억 규모의 임팩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근 SK에코플랜트가 친환경 분야에 혁신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SK 에코이노베이터즈(Eco Innovators) Y21’를 모집하고 있으며 SKC는 SKC 스타트업 플러스'를 통해 유망기술을 가진 벤처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SK케미칼도 국내 바이오벤처 ‘J2H바이오텍’과 함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신약을 공동연구 중이다.
LG는 '젊은 리더십'을 내세운 구광모 회장을 주축으로 벤처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스타트업과의 협력 강화, 신사업 발굴을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혁신 조직 'LG노바(LG NOVA)'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말 사업재편과 인수합병 등을 담당해온 최고전략책임자(CSO) 부문 산하에 있던 조직을 LG노바라는 정식 조직으로 개편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구 회장은 기업형 밴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도 설립해 미국 유망 벤처 투자 발굴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LG가 최근 모바일 MC(모바일)사업부를 없앤 것은 그만큼 신성장분야의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움직임”이라며 “구 회장을 중심으로한 LG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이 벤처투자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