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공포병대대장① 호크(HAWK) 무기체계가 낡았다고?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시간은 흘러 어느덧 가을이 되었고, 필자의 차기 보직 명령이 나왔다. 000방공포병 대대장으로 결정되었고, 1월에 부임 예정이다. 2차 포대장을 마친 후 약 4년 만에 방공포병 대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방공포병사령부’는 임무의 확장 등으로 인하여 몇 년 전에 ‘방공유도탄사령부’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그러나 필자가 대대장 임무를 수행할 때에는 ‘방공포병사령부’, ‘방공포병대대’ 이었으므로 그 당시 명칭을 그대로 사용했다.)
대대장 부임을 앞두고 부장이 먼저 교체 되었다. 아쉬운 마음으로 K모 대령과 헤어졌고, K모 대령은 그로부터 약 8년 후에 업무상 다시 만나게 되었다.
K 모 대령이 이임하고 난 후, 약 한달 후에 필자는 000 방공포병 대대장으로 부임하였다. 예나 지금이나 지휘관이 이취임식 하는 날짜만 되면 왜그리 추워지는지. 소풍 가는 날이면 거의 비가 내리고, 수능 때만 되면 날씨가 추운 것과 마찬가지다. 대대장으로 취임하는 날도 많이 추웠다.
대대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역시 보름 정도를 대대장실에서 기거하면서 부대 현황을 파악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효율적인 제도였다. 포대장이나 대대장이 꼭 지휘관실에서 기거하면서 부대 현황을 파악해야 파악이 더 잘되는 것인가!
한편, 대대장의 임무는 포대장 때보다 여러 면에서 그 범위가 많이 확장되었다. 우선 지휘하는 포대가 많아졌고, 그만큼 병력도 많아졌다. 대대의 작전 범위 또한 많이 신장되었다.
참고로 필자의 대대가 운영하던 무기체계는 HAWK였고, 이 호크 포대의 사거리는 약 40km이다. 호크 대대는 예하에 호크 포대를 보통 3~4개 가지고 있는데, 상호지원과 중첩사격 등을 고려하면 대략적인 대대의 작전 범위를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지대공 유도무기체계인 HAWK는 60년대에 미국이 개발하여 실전배치한 장비로서, 이후 美 군원 장비로 한국군에 제공되었으며, 꽤 오랜 기간동안 한국군이 운영하다가 비교적 최근에 국산 장비인 ‘천궁’으로 교체 되었다. (필자는 대령때 ‘천궁’ 무기체계의 시험평가단장으로 약 10개월 간 파견 근무를 하였고, 이때 작전통제부서에서 상관으로 모셨던 K 모 대령을 다시 만나서 업무를 같이 하였다. ‘천궁’의 시험평가기간 동안 적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자세한 이야기는 후에 다시 하겠다)
한편, 가끔 타군(주로 육군)에서 손님들이 올 경우에 HAWK가 오래 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보통 이런 질문을 한다.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 장비 유지나 전력 발휘에 문제는 없는가?”, 필자는 이렇게 답했다. “물론 오래 되었다. 비록 패트리어트에 비해서 구식 개념의 장비이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정비(가끔 수리부속 확보에 애로가 있기는 하다) 및 훈련으로 유사시 그 능력은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굳이 소총으로 비교하자면 M1 소총과 M16 소총 정도로 비교하면 될 것이다.” 이 정도로 설명하면 모두들 이해했다.
HAWK가 실전에서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필자가 주한미군 방공포병 장교들에게서 들은 바로는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할 당시(1990년) 쿠웨이트 호크포대의 활약이 있었다고 한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즉,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전선이 밀리자 쿠웨이트 지휘부에서는 전군에 철수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쿠웨이크 군은 후방으로 철수하였다고 한다.
이때 쿠웨이크 군의 어느 호크 포대장(대위라고 들었다)이 이 명령을 ‘무시’하고 ‘독단 행동’에 들어갔는데, 이 포대장은 포대원들에게 위치를 이탈하지 말고 전투준비 태세로 대기할 것을 지시하였다고 한다.
쿠웨이트 전군이 철수한 것으로 생각한 이라크 군은 편안한 마음(?)으로 쿠웨이트로 진격하였고, 진지를 이탈하지 않고 현위치를 고수하고 있던 쿠웨이크 호크 포대장은 이라크 공군기들이 접근하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가 이들이 호크포대 교전 범위 내에 들어오자 교전 명령을 내렸고, 방심하고 접근하던 이라크 공군기들은 많은 수가 격추 되었다고 한다.
보통 1개 호크 포대는 표준 편성이 탐지 레이다와 표적 추적 레이다 2대, 발사대 6기(발사대 1기당 미사일 3발 적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러한 장비 구성의 의미는 동시에 적기 2대와 교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고, 포대당 미사일 보유량은 총 보유 발사대의 2배 정도를 보유하고 있으니, 이 호크 포대는 총 36발 정도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
호크의 높은 격추율을 고려해 보면 교전 범위내의 많은 이라크 항공기를 격추하였다고 추측할 수 있고, 보유 탄수의 절반만 명중하였다고 하더라도 호크 포대로서는 대단히 큰 전과를 올린 것이다.
보유한 호크탄을 모두 사격한 호크 포대장은 포대 주요 장비를 폭파시키고 전원 철수하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그 포대장은 배짱이 두둑한 장교이고, ‘독단(獨斷) 활용’의 좋은 사례를 보여준 대단히 훌륭한 장교이다.
다시 대대장 부임 초기로 돌아간다. 필자가 부임한 대대본부는 위치상 장단점이 있었다. 여단본부와 대대본부가 같은 지역, 같은 건물에 있었는데, 대대본부가 여단본부와 같은 건물에 있다 보니 때로는 대대본부가 여단의 ‘근무지원대대’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필자의 입장에서는 여단장과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다보니 ‘독립대대장’과는 약간 거리가 멀었다. 아무튼 대대나 대대장으로서는 위치상 장단점이 있는 대대였다.
부임 후 1개월 동안 예하 포대를 순찰하면서 대대의 작전태세 및 부대원의 수준, 지휘 관리상 예상되는 문제점 및 보완책 등등에 대한 분석을 마쳤고, 포대장 때보다 4~5배 더 커진 작전지역과 병력을 보면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