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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19)

이별은 새로운 만남을 위한 징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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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8.27 17:20 ㅣ 수정 : 2021.08.28 08:51

‘생자필멸(生者必滅), 거자필반(去者必返), 회자정리(會者定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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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법화경에 ‘생자필멸(生者必滅), 거자필반(去者必返), 회자정리(會者定離)’ 즉 “산 것은 반드시 죽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오며,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게 된다”라는 의미의 명언이 있다.

 

청운의 꿈을 품고 장교로 임관하여 각자의 근무지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다가 어느덧 중견 장교가 되었고, 보수교육 과정인 육군대학에 입교한지도 1년이 되어가자 졸업을 앞두고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이별의 아쉬움을 나누게 되었다.

 

■ 막고 푸는 방법으로 준비하여 교관의 의도에 부합된 답안을 작성하는 시험평가 

 

육군대학 졸업을 앞두고 학생장교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대부분의 학생장교들은 입교를 전후해서 소령으로 진급했고, 앞으로 4~5년 뒤에는 중령 진급 심사 대상이 된다. 또한 전원이 장기근무 자원으로 중령이 아니라 대령, 장군의 꿈을 품고 사명감과 의욕이 넘치는 전도양양(前途洋洋)한 인재들이었다.

 

피라밋 구조인 군(軍)은 상위 계급으로 진출할 수록 인원이 적어 진다. 따라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데 진급심사는 통상 매년 시행되는 근무평정의 종합, 대상자의 학위와 군사교육 과정의 성적 등의 잠재역량 평가, 그리고 해당 부대장의 지휘추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시 학생 위치에서 확실하게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진급 심사시에 고려되는 잠재역량 평가중에 하나인 육군대학 과정의 졸업 성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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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정규 제45기 졸업앨범과 졸업식에 참가한 학생장교들이 학교장에게 경례하는 모습 [사진=육군대학 정규 제45기 졸업앨범]

 

육대 정규과정의 1년 간 교육기간 중에 거의 매달에 한번씩 시험에 응해야 했고 강의 도중에 요약 및 중간 평가도 있었다. 따라서 무식한 전법으로 웅덩이의 위와 아래를 막고 물을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 낚시 방법이었던 ‘막고 푸는 방법’을 택했다. 

 

그 날 교관이 강의하며 강조했던 교리는 조사까지 그리고 농담까지도 모두 기록하며 모두 암기했다. 선배들의 고추가루(참고자료)를 기초해서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된 것만 쌓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머리 속에 꽉꽉 눌러서 마구 쑤셔 넣기식” 학습으로 전환했다.

 

물론 이 방법은 학습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막고 푸는 방법’을 택한 후의 시험부터 달라졌다. 

 

단지 혼자서 교범을 읽고 숙지하는 것은 나름의 지식을 배양할 수 있었으나 가르치는 교관의 의도를 읽을 수는 없었다. 막고 푸는 식으로 강의 및 토의시 한마디씩 던지는 교관의 모든 발언에 초점을 맞추자, 교범의 행간에 숨어있는 교리를 깨달을 수 있었다. 

 

교육 역시 인간이 가르치고 그 사람이 평가하는 법이다. 토의 및 발표 시에는 창의적인 방법으로 제시하여 인정을 받을 수 있으나 시험평가 시에는 정답이 아닐 수 있다. 따라서 가르치는 교관의 의도에 맞춰서 공부하여 작성한 시험 답안지는 해당 교관이 요구한 정답이 될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전술학 과정에서 공격 시에 곧장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과 우회나 포위기동으로 적을 공격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각자의 의견 발표 시에는 어느 방법을 택하던 그 방법에 부합된 여건을 제시하면 오히려 창의적이라고 칭찬 및 평가를 받을 수 있엇다.

 

그러나 시험평가에 임할 때는 시험 문제에 제시된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교관의 의도가 세가지 방법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한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었고 그 교관의 의도에 맞게 그 기동 방법으로 답안을 작성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그 결실은 참모학 과정 시험 결과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종합평가 후에는 우등은 아니었지만 미소를 띄울 수는 있었다. (다음편 계속)

 

 

◀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 육군대학 교수부장(2009년 준장)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년),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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