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53)] 작전통제부서 근무② 아는 만큼 지휘할 수 있다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8.20 08:56 ㅣ 수정 : 2021.08.20 08:56

‘제주도 SR 계획’을 승인한 K모 대령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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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연초에 근무조가 구성되어서 근무를 시작하였고, 절차대로 작전통제 관련 교육 및 작전가능평가를 강도 높게 실시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무난히 평가를 통과하였고, 각 조별로 소정의 임무를 할당 받아서 작전통제 업무를 실시하였다.

 

필자는 실제 상황이나 훈련이 없는 시간(주로 야간)에 조원들과 교대로 차 한잔 하면서 그들이 작전통제부서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애로사항이나 상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곤 했다.

 

처음에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던 조원들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속내를 얘기하면서 공감대 형성은 물론 같은 근무조원으로서 단결되는 모습이 점차 눈에 띄었다. (공중작전은 분초를 다투는 작전이기에 교전규칙을 포함한 각종 규정 숙지는 물론 공중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신속히 판단하고 조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런 면에서 조원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시킨다는 것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원들과는 매우 가깝고 서로 신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초급장교가 이런 건의를 했다. ‘비행단에 근무하는 타 특기 동기들은 부대를 떠나서 단체로 SR(Self Reenginnering, 자기 혁신 운동)을 간다는데 우리 조도 휴식 기간 중에 SR을 가자(1박 2일)’는 것이다. 충분히 수긍이 가는 건의 사항이었다.

 

그러면 어디로 갔으면 좋겠는지 의견을 들어보니 부대 주변의 여러 장소가 언급되는 가운데 어느 한 장교가 제주도를 얘기했다. 모두들 ‘가능하겠어?’하는 눈빛으로 그 장교를 쳐다본다. 순간 그 장교는 괜한 얘기를 꺼냈나 하는 눈치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 제주도가 안 될 것도 없었다. 작전통제부서가 위치한 기지에서는 제주도까지 정기적으로 공군 수송기가 운용 되는 것에 착안하여 세부 계획을 작성해 보라고 했다. 갑자기 조원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비상시 복귀계획과 예산을 포함한 세부계획을 작성하고 검토해 보니 조원들의 단결과 사기진작을 위하여 충분히 시행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었다. 한가지 남은 것은 작전통제부장의 승인이었다(당시 방포사의 분위기라면 승인은 커녕 욕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SR이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물론, 제주도에 가서 사고나 치지 않을까 하는 부하들을 믿지 못하는 그런 분위기...).

 

그러나 필자는 부장인 K 모 대령의 열린 마음을 믿었다. 며칠 후, 필자는 부장에게 ‘조원 SR 계획’을 보고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던 부장은 행선지가 ‘제주도’라는 말을 듣고는 약간 고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내 흔쾌히 승인을 하면서 예산확보, 숙소, 식사, 교통편 등등에 대하여 물어보았고, 필자는 비상시 복귀계획 등 전반적인 후보 계획까지 상세히 보고했다. (군 수송기를 이용하여 이동하므로 예산은 숙소와 식사, 교통편 등으로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군 수송기를 이용한 방포사 초유의 ‘제주도에서의 SR’이 시행될 수 있었다. 필자가 전역할 때 즈음해서 ‘제주도에서의 SR’ 시행실태를 파악해 보니 방포사의 ‘제주도 SR’은 우리 조가 유일했고, 이는 당시 부장이었던 K모 대령의 결단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만큼 K모 대령은 본인이 판단해서 어떤 사안이 적절하고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본인의 책임 범위 내에서 ‘적극적인 승인’ 내지는 ‘추진’을 하는 장교였다. 실력있고 책임감 있는 장교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K 모 대령은 후에 방위사업청 근무시 본인의 확신과 건전한 판단 하에 매우 큰 결정을 하였고, 이는 공군의 탄도탄 방어전력 개발 및 발전에 대단히 유용한 결정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후에 다시 소개하겠다. (이렇게 훌륭한 선배 장교가 후에 장군 진급에서 누락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제주도 SR 계획’이 승인되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조원들의 눈빛이 다시 반짝였다. 그리고 얼마 후, 근무중 중간 휴식 기간을 이용하여 수송기를 타고 제주도로 SR을 가게 되었고, 탁 트인 바다와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각자 나름대로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재충전할 기회를 가졌다. 무사히 일정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한 이후, 조원들은 매사에 더욱 단결하였다.

 

한편, 필자가 소령때 오산 기지의 작전통제부서에서 근무할 때 체력관리의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다. 교대 근무시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체력 관리이다. 낮과 밤을 오가며 근무를 하다보니 자칫 방심하면 엄청난 체력 저하가 오게 되는데, 소령때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에는 그런 체력저하를 경험하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개인적으로 운동시간을 가짐은 물론 조원들과도 가끔은 인근 산에 오르는 등, 체력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당시 필자는 영외 관사(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아파트 인근에 약 400 ~ 500 미터 높이의 작은 산이 있어서 근무가 끝나면 틈나는 대로 산꼭대기까지 뛰어서 올라갔다. 처음에는 중턱까지 가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내 산꼭대기까지 뛰어서 다녀올 정도로 체력을 보강했다.

 

어느덧 여름이 다가왔다. 그 지역은 국내에서 ‘여름철 더위’하면 너무도 유명한 지역이다. 최근에는 ‘대프리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더운 지역인데, 필자의 근무 장소는 냉난방이 완벽하게 지원되는 건물 내에 있어서 더위는 거의 모르고 지나갔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도심 외곽의 산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름철에도 시원함을 느낄 정도로 온도가 시내보다 낮았는데, 여름 내내 냉방기는 거의 작동시키지 않고 생활할 수 있었다.

 

해가 지면 아파트 주변은 고즈녁한 분위기로 바뀌었고,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자동차 전용 도로에는 노란 빛이 감도는 가로등 아래 자동차가 간간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마치 산골의 조용한 휴양지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평생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주거지 여건은 좋았다.

 

을지 연습도 끝나고 어느덧 9월이 되었다. 9월의 어느 날,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려는데 부장이 부른다. 왠일인가 하여 부장실에 가보니 선임장교인 J 모 중령이 전역을 하게 되어 그 자리가 비게 되므로 필자가 다음 주부터 그 자리에 와서 임무를 수행하라는 지시였다. 교대 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좋은데 지난 반년 동안 정든 조원들과 헤어지게 됨이 무척 서운했다.

 

이렇게 해서 뜻하지 않게 부장을 바로 옆 사무실에서 모시게 되었고, 연말까지 근무하는 기간 동안 K 모 대령의 근무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과연 본받을 것이 많은 훌륭한 선배 장교’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결국 ‘아는 만큼 자신있게 지휘할 수 있다’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고, 후에 필자가 대대장, 여단장을 하면서 ‘아는 만큼 자신있게 지휘할 수 있도록’ 필자 스스로 더 많은 노력을 하였다. (다음에 계속)

 

 

◀ 최환종 프로필 ▶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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