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경영' 실천한 현대차 정의선, 코로나 터지자 자사주 800억어치 샀다
[뉴스투데이=박기태 기자] 시가총액 500대 기업(7월1일 기준) 대표이사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요동치자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지난해 1월부터 지난 7월30일 현재까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두 기업 주식 8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업의 미래가치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판단과 함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기 때문이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대표 박재권)는 500대 기업 대표이사 자사주 매입 현황 조사 결과를 4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1월~올해 7월30일 500대 기업 전·현직 대표이사 총 852명 중 17%인 144명이 자사주를 사들였다. 5명 중 1명꼴로 자사주 매입에 나선 셈이다.
이 기간 이들은 총 473만7160주를 1514억원에 매입했고, 7월30일 현재 평가이익은 1719억원에 달했다. 평균 수익률 89.2%다.
자사주를 매입한 대표이사 중 오너일가는 44명으로 전체의 30.6%를 차지했다. 매입 주식수는 전체의 69.1%에 해당하는 327만1041주였으며, 매입액은 전체의 88.6%에 달하는 1342억원이었다.
전문경영인의 경우엔 매입 주식수 146만6119주, 매입액 172억원으로, 오너일가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월등히 컸다.
개인별로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자사주 매입이 가장 활발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 주식 58만1333주(406억원)와 현대모비스 주식 30만3759주(411억원) 등 총 88만5092주를 817억원에 사들였다.
조사대상 전체 대표이사들의 자사주 매입 현황 가운데 주식수로는 18.7%를 차지하고, 매입액으로는 53.9%에 달하는 규모다.
정 회장에 이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26만3000주를 86억원에 매입해 2위에 올랐고, △김종구 파트론 회장(21만6585주, 21억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21만3000주, 10억원) △장복만 동원개발 회장(16만9118주, 6억원)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13만2954주, 18억원)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사장(13만1500주, 11억원)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11만5000주, 6억원)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11만3355주, 13억원) 등이 자사주 매입 '톱10'을 형성했다.
또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을 비롯해 윤성준 인트론바이오 사장,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각각 자사주 10만주를 사들였다. 또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9만500주) △김규철 한국자산신탁 부회장(9만주)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9만주) △김철웅 에코마케팅 대표(8만8802주)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8만7000주) △김종득 우리종합금융 사장(8만5000주)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8만주) 등이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매수 주식수 기준 상위 20명 가운데 전문경영인은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이재규 태영건설 부회장 △김규탁 한국자산신탁 부회장 △김종득 우리종금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6명이었다. 이들의 주식 매입액은 총 50억원으로, 오너일가 매입액(1102억원)의 4.6%에 그쳤다.
업종별로는 금융업종 대표이사들이 자사수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 대표이사들은 이 기간 총 97만8690주의 자사주를 매입해 전체의 20%를 넘었다. △한국금융지주(26만3000주) △BNK금융지주(11만5000주) △한국자산신탁(9만주) △우리종금(8만5000주) △신영증권(8만281주) △한화손해보험(6만2284주) △한화투자증권(6만800주) △한화생명(6만주) 대표이사가 5만주 이상 자사주를 매입했다.
금융업종에 이어 자동차·부품업종이 91만7609주로 업종별 규모에서는 두 번째로 높았다. 이어 △IT전기전자(77만4763주) △제약·바이오(55만5640주) △건설 및 건자재(33만3013주) △일반지주(22만4105주) △서비스(21만9616주) 업종이 자사주 매입수 기준으로 뒤를 이었다. 식음료(2057주)와 유통(7140주)의 매입 자사주수는 1만주 이하였다.
코로나19 사태 직후 자사주를 매입한 대표이사들은 주가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수백억원의 평가이익을 거뒀다.
그 중에서도 정의선 회장의 주식 평가이익이 1260억원으로 가장 컸다. 전체 대표이사 자사주 평가이익의 73%가 넘는 금액이다.
이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의 평가이익이 166억원으로 두번째로 높았고 △정몽진 KCC 회장(28억원)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20억원)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19억원)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18억원) △임일지 대주전자재료 대표(15억원) △윤성준 인트론바이오 사장(14억원) △최우형 에이피티씨 대표(14억원) △원종석 신영증권 부회장(13억원)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13억원) 등이 10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