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본래 인턴쉽은 학생들이 본격적인 취업에 앞서 관심 있는 기업과 업무를 미리 경험하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지만 일본 취업시장에서 운영되는 인턴쉽은 대부분이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단순히 채용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수단으로써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변칙적인 인턴쉽이 보편화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는데 당시 일본 정부는 기업들에게 신규 채용을 위한 홍보활동을 전년 12월에서 당해 3월로, 면접 개시는 4월에서 8월로 늦추라고 요구했었다.
주된 목적은 대학생들의 지나치게 이른 취업활동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취업활동 시간이 짧아지는 것을 우려한 기업과 학생들은 인턴쉽이라는 우회방법을 찾아냈고 해가 지날수록 그 규모와 중요성은 급속히 커져 갔다.
특히 취준생들에게 인턴쉽은 애증의 관계로 발전했다. 기업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인턴쉽 운영시기를 앞당기고 있어 이제 대학 3학년의 여름방학 인턴쉽은 당연한 스케쥴이 되었고 최근에는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턴쉽도 많아지고 있어 여느 때보다 이른 취업활동에 피로와 부담감을 호소하는 대학생들이 급증했다.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방학마다 수십 개의 인턴쉽으로 취업자리를 하나둘 선점하는 상황에서 혼자만 손을 놓고 지켜볼 수도 없는 노릇이라 좋든 싫든 인턴쉽에 대한 정보수집과 참여를 게을리 할 수도 없다.
때문에 취준생들 사이에서는 아무도 지키지 않는 공식 취업스케쥴 뒤에서 눈치싸움을 계속할 바에는 차라리 인턴쉽을 활용한 조기채용을 하나의 공인된 취업방식으로 만들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HR종합연구소가 라쿠텐의 취업정보 사이트에 등록된 취준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인턴쉽과 채용절차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인턴쉽에서 더 많은 채용절차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18%, ‘통상의 채용절차 외에도 인턴쉽 참여자를 위한 별도의 채용절차가 있어도 좋다’는 의견은 61%를 기록해 총 80%에 가까운 취준생들이 인턴쉽을 활용한 조기채용에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반대로 인턴쉽과 취업 간의 연계를 반대하는 의견에는 문과보다 이과 학생들의 비중이 높았는데 문과와 달리 고학년이 될수록 연구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인턴쉽 참여가 쉽지 않다는 이과만의 사정이 조기채용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일부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인턴쉽마저 취업과 마찬가지로 출신대학과 서류평가 등을 통해 참여자를 걸러내기 시작하면서 절대 공평하게 작동하진 않다는 의견들도 다수 확인되었다.
미래를 생각해서 취업에 매달리면 졸업이 불안해지고 대학생의 본분인 학업을 중시하면 취업기회를 놓칠 수 있는 딜레마 사이에서 일본 취준생들의 취업활동은 오늘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