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국산화 제도 개선 바람직하나 일부 보완 소요도 드러나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제도개선 효과와 함께 이런 문제들을 심층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참여기업, 시험평가 등 애로사항 호소로 방사청 개선방안 마련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국산부품 개발업체의 국내시장 개척 및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국산부품등록제도 등 부품국산화 관련 개선방안을 마련해 관련업계가 큰 호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의 부품국산화 노력을 반영하지 못한 부분도 제도 시행과정에서 드러나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6월 23일 경남 창원에서는 ‘2021 방위산업 부품·장비대전’이 개최됐다. 이날 열린 ‘부품국산화 발전 세미나’에서 방사청은 부품국산화 지원사업과 관련된 제도 개선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이 사업은 부품국산화를 촉진하고 우수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개발비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지만, 참여기업들은 시험평가관련 애로사항을 지속 호소해왔다.
이에 방사청은 부품국산화 시험평가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핵심내용은 개발에 성공한 체계업체에겐 상생협력 확인서를 발급하고 제안서 평가에 가점을 부여하며, 개발업체에겐 연구개발 확인서를 발급하고 5년간 수의계약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또 중소기업의 시험평가 비용을 정부가 전액(현재는 75%) 부담하고, 체계 적합성 시험도 구성품 단위로 실시해 간소화했다.
■ 개발업체, 국산부품등록제도로 체계업체에 부품 공급 기회 생겨
방사청은 특히 방산 부품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국산부품등록제도도 시행한다. 지금까지는 국산부품이 개발돼도 체계업체가 그 존재를 모르거나 성능 파악에 애로가 있었다. 게다가 검증된 부품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해외부품을 우선 적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다. 이런 연유로 국산부품 개발업체는 체계업체의 부품 공급망에 진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국산부품등록제도는 성능이 입증된 국산부품을 등록하고 신규 체계개발 시 등록된 부품을 검토 후 설계에 반영하여 이미 개발된 국산부품의 활용도를 높이는 제도다. 방사청은 체계업체가 무기체계 개발 제안서를 제출할 때 국산부품 적용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고 그 결과를 제안서에 포함해 제출하도록 이번에 제도화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국산부품 개발업체는 해외부품을 사용하던 체계업체에 부품을 공급할 기회를 갖게 되며, 체계업체는 해외부품의 국내 대체 공급선을 발굴할 기회를 얻게 된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는 국산화 개발에 성공해 성능이 입증된 부품의 정보를 관리하기 위해 ‘부품국산화 통합정보관리시스템(COMPAS)’도 구축했다.
이외에도 부품 특성과 개발비에 따라 핵심부품국산화, 수출연계형 부품국산화, 전략부품국산화 등 사업 유형을 다각화해 다양한 부품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같이 방사청은 금년 들어 부품국산화 제도 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면서 방산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 국산부품 대체한 체계업체 우대하고 자체 개발 품목 COMPAS 등록돼야
이에 대해 국산부품 개발업체들은 방사청의 조치에 반가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해외부품을 사용하던 체계업체가 국산부품으로 대체했을 때 이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체계업체 입장에서는 매출이 높아지면 이윤이 많아지는 방위산업의 가격구조로 인해 국산부품보다 단가가 높은 해외부품을 선호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품국산화 품목 중 업체가 자체 개발하여 무기체계에 적용하는 품목이 상당한데, 이 경우 개발에 성공해도 이를 입증할 연구개발 확인서가 없어 COMPAS 등록이 어렵다고 한다. 따라서 업체가 자체 개발한 부품도 개발 사실이 확인되면 적절한 성능 평가를 거쳐 연구개발 확인서에 준하는 서류를 발급하고 COMPAS 등록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2006년부터 현재까지 국산화 개발이 완료된 부품 1,790건 중 관련 부품을 전량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한 후 부착시험만으로 국산화된 품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무늬만 국산화된 부품이 실제 존재한다면 이번 COMPAS 등록 과정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 제외시키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 QPL 인증 부품 COMPAS 등록하고, 시험시설 보유 업체 인증에 활용
한편, 수출을 하려면 미국의 QPL 인증을 획득한 부품을 써야 하며, 국내업체 중 조달단위 이하 부품으로 QPL 인증을 획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업체가 자체 개발해 QPL 인증을 획득한 조달단위 이하 부품은 연구개발 확인서가 없어 COMPAS 등록을 할 수 없다. 결국 6698종의 QPL 인증 품목을 갖고 있는 연합정밀조차 이 제도의 혜택을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근에는 항공기용 소재 분야에서도 QPL 인증을 받거나 추진하는 국내업체가 나오는 등 점차 QPL 인증을 획득한 품목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따라서 국내보다 강화된 품질인증 시험을 거쳐 미국 정부가 인정한 QPL 인증 품목은 당연히 국산화에 성공한 부품으로 분류하여 COMPAS 등록이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이외에 시제품 개발 과정에서 개발업체가 겪는 주요 애로사항은 업체가 필요한 시기에 인증시험의 기회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분야에 밝은 업계 관계자들은 “각종 시험시설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일부 국내업체들을 KOLAS(한국인정기구) 시험평가 인증업체로 등록하게 만들고 이를 적극 활용하면 가능하다”며 인증시험 지원 관련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같은 건설적인 의견들이 적극 반영돼 방사청이 새롭게 추진하는 부품국산화 제도 개선의 일부 보완이 이뤄진다면 향후 정부의 부품국산화 지원사업은 더욱 효과를 발휘하면서 기술력을 가진 우수 방산 중소·벤처기업들이 육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