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김소희 기자] CJ대한통운의 '말 바꾸기'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택배노동자들이 과로사로 사망했을 땐 "책임을 통감한다"더니 일년도 채 지나지 않은 23일 현재 "택배노동자에 대한 사용자 책임은 택배노동자가 소속돼 있는 택배대리점에 있다"며 180도 바뀐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런 CJ대한통운의 '말 바꾸기'는 정부 기관인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의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노위는 지난달 2일 "CJ대한통운이 대리점 택배노동자의 교섭을 거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정한 바 있다.
당시 중노위는 "원·하청 등 간접고용 관계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노동 조건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원청의 단체교섭 당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원청인 CJ대한통운이 하청인 대리점에 소속된 택배노동자와 단체교섭을 하라는 주문이다. 통상 국내 택배 산업은 '본사-대리점-기사' 구조로 운영된다.
그런데 CJ대한통운은 이같은 중노위 주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곧바로 "택배노동자들과 계약한 대리점이 따로 있기 때문에 택배노동자들과 교섭해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대리점 소속 택배노동자로 구성된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은 "중요 결정권이 있는 원청 택배사가 단체교섭에 임해야 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택배노조 강민욱 교육선전국장은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앞서 진행했던 사회적합의를 어기면 기업이 비판을 받는 것일뿐 단체협약같은 법적 강제력이 있는 건 아니다"며 "중요 결정권이 있는 원청(CJ대한통운)과 교섭을 통해 근로시간 단축과 불공정한 계약서가 아닌 표준계약서를 만들겠다는 내용이 담긴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업을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원청과 단체교섭을 원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CJ대한통운 대리점주 단체인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연합(이하 대리점연합) 측은 '대리점 패싱론'까지 언급하며 택배노조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리점연합 한 관계자는 "택배노조와 교섭을 진행 중인데 택배노조가 '요구 조건이 맞지 않는다'며 원청과 교섭하려고 한다"며 "이는 대리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행동"이라고 짚었다.
또 "만약 CJ대한통운이 택배노조와 교섭에 응하면 대리점의 경영권을 간섭하는 것으로 지나친 개입에 해당된다"며 "(택배노조는) 택배산업과 고객을 위해 대리점과 협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J대한통운도 대리점과 비슷한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우리가 택배노조와 직접 교섭하게 되면 하도급법 위반, 경영권 침해 등 문제가 생긴다"며 "중노위 판정대로 된다면 모든 택배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돼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택배노조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CJ대한통운에서만 택배노동자 6명이 과로사했고, 3명이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뇌출혈로 쓰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