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로 끝나나… 美 GF, 로고 바꾸고 팹 확대하자 인텔 파운드리 인수설 '잠잠'
[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Intel)이 자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글로벌파운드리(GF)를 인수·합병한다는 이야기가 얼마 전 업계에 떠돌았다. 하지만 최근 GF가 미국 내 팹(Fab, 반도체 생산시설) 증설과 새로운 로고를 발표하면서 인텔의 인수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GF는 10억달러(약 1조1490억원)를 투자해 미국 뉴욕주 말타에 위치한 팹8을 확대하며, 같은 지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GF는 이를 통해 기존 팹8에 연간 15만개의 웨이퍼를 추가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을 해결하며, 새로운 팹을 건설해 1000개 이상의 직접적인 고용과 수천개의 간접적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GF는 이번 발표는 미국 반도체 공급망 과제 해결을 위한 전국적인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 리더들을 소집해 이뤄졌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여기에는 토마스 콜필드 GF CEO와 척 슈머 미 상원 원내대표, 지나 M. 라이몬도 미 상무장관, 국방부 관계자들, 반도체 기업 임원들이 참여했다.
토마스 콜필드 CEO는 "말타에서 우리의 일자리 창출과 확장은 과감한 민관 협력과 고객과의 긴밀한 협업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경제모델을 필요로 한다"며 "정부와 자동차 지도자, 국가 안보 전문가, 소중한 고객들이 함께 미국 경제와 국가 안보를 지원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미국산 칩을 만드는 데 필요한 중요한 논의를 지속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반도체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며, 이런 지원을 통해 GF가 자국 반도체 업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척 슈머 상원의원은 "반도체 제조와 R&D를 위한 역사적인 연방 인센티브 확립을 위해 투쟁을 주도해 왔다. 여기에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포함한 국가 안보와 글로벌 경쟁력에 중요한 국내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포함됐다"며 "글로벌 파운드리와 같은 기업과 협력해 초당적인 미국 경쟁과 혁신법을 제정하고 통과시키기 위해 520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GF 팹8 확장과 말타에 새로운 팹 건설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GF의 발표로 인텔의 GF 인수 가능성이 크게 낮아졌다고 분석한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인텔이 반도체 파운드리 역량 확대를 위해 GF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수합병 규모는 약 300억달러(약 34조원).
당시 GF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부인했지만, 업계 일부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이 인텔을 향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은 새로운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후 파운드리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업력이 긴 글로벌파운드리의 고객 기반, IP, 특허 기술 등은 가치가 높아 인텔이 인수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IT조사기업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파운드리 순위는 TSMC가 56%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이 18%로 그 뒤를 기록했다. UMC와 GF가 각각 7%씩 점유하며 3, 4위를 차지했다.
인텔은 현재 파운드리 순위권에 들어가 있지는 않고 있지만, 예전부터 종합반도체(IDM) 회사로 고도의 반도체 설계와 생산 능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었다.
다만 지난 몇 년간 14나노에서 10나노 공정으로 전환이 늦어지면서 생산 기술적인 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TSMC와 삼성전자보다 뒤처지게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팻 겔싱어 CEO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IDM 2.0 전략을 발표하며 인텔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해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장하겠다고 강조했다.
도 연구원은 "M&A가 성사될 경우 파운드리 업계 경쟁이 심해지며 삼성전자와 TSMC 등 기존 플레이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경우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파운드리 구도가 TSMC·삼성전자 2강 체제에서 3강으로 재편되고 미국 기업의 파운드리 사업 진출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자국우선주의가 강화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GF가 새로운 팹 확장과 새로운 로고를 발표하며 인텔의 인수합병 가능성은 크게 낮아지게 됐다.
20일(현지시간) 콜필드 CEO도 인텔 인수합병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다만 인텔과 GF가 합병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앞서 전문가들이 분석한 삼성전자의 부정적인 영향은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다. 인텔은 여전히 IDM 2.0으로 파운드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며, GF도 증설을 공식적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