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 '과징금 2350억' SKT엔 '시정명령'… 같은 '부당지원행위'인데 공정위 제재 갈린 까닭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제재 수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그룹과 SK텔레콤(SKT)이 부당지원 행위라는 같은 유형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지만 처벌 수준에 있어선 크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실제 공정위는 최근 부당지원행위로 SKT에게는 시정명령을, 삼성 계열사들에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2350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17일 공정위와 재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4일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삼성전기·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2350억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물량을 몰아주면서 부당하게 지원을 했다는 게 이유다.
반면 같은 부당지원행위 혐의를 받은 SKT에겐 지난 14일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SKT는 온라인 음원서비스 '멜론'이 음원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자회사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하 로엔)를 부당하게 지원했다. 당시 멜론은 로엔이 운영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SKT는 지난 2009년 휴대전화 결제 청구수납대행 서비스 수수료율을 5.5%에서 1.1%로 4.4%P 낮췄다. 이를 통해 로엔이 부당하게 약 52억원의 이익을 챙겼다는 게 공정위의 지적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SKT는 이미 이런 행위가 부당 지원 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이러한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로엔의 경쟁 여건을 다른 경쟁 사업자들에 비해 유리하게 하는 발판으로 작용해 온라인 음원서비스 시장의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처럼 삼성 계열사와 SKT간 공정위 제재 수준이 크게 차이가 나면서 재계 일각에서는 "공정위의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고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SKT에 시정명령을 내리면서 "(SKT가) 법을 위반한 기간이 짧고 수수료율을 약 2년 후 원래 수준으로 올린 점, 그리고 부당지원행위로 시장경쟁 구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과징금 이상의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법을 위반한 기간이 짧다고 해서 과징금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것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멜론은 SKT가 수수료 할인을 진행한 기간인 2010년과 2011년 사이, 국내 점유율 30%를 돌파하는 1위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며 "공정위는 (멜론이) 이미 시장 점유율 1위인 상황이었고 지원 기간이 짧다며 시정명령만 조치했다고 말했지만 사실 멜론은 2009년 음원 스트리밍 상품 점유율은 4위였다"고 했다.
공정위 처벌의 궁극적인 목표인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평가도 나온다.
멜론을 서비스하던 로엔은 SKT가 2013년 매각한 상태다. 카카오가 2016년 인수했으며 SKT는 현재 자체 음원 서비스인 '플로'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미 멜론은 카카오에 넘어간지 오래고, SKT는 자회사에서 다른 음원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이번 처벌이 시장 경제를 바로잡는 데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 통화에서 "공정위는 지난 2월 SK브로드밴드(SKB)를 부당지원한 행위에 대해 SKT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 약 64억원을 부과했다"며 "이번 멜론 사건도 유사한 상황이지만 시정명령에 그쳤다"고 짚었다.
이어 "지난 2013년 (SKT가) 매각했고 카카오가 멜론을 운영한 지 오래인데, 이번 제재가 공정 거래 질서 확립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얼마 전 삼성이 받은 처벌과 비교해도 각각의 처벌 수위는 모두 다르다"며 "공정위가 판단한 부당 이익 규모나 수위에 따라 처벌도 달라진 것이겠지만, 부당지원 행위를 어떻게 판단하는지, 과징금의 유무는 어떻게 정해지는지 기준을 좀 더 명확히 제시해 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