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이 내린 명령, "WON뱅킹 혁신, MZ세대 문화가 주도하라"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빅테크 및 다양한 핀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인 금융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빅테크의 후불결제 및 계좌개설등이 가능해질 경우, 플랫폼 기업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메기'가 될 전망이다. 격변을 예감하고 있는 국내 5대 금융지주사의 혁신방향도 디지털 플랫폼 전략에 집중돼 있다. 소비자들의 삶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는 혁신의 현주소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뉴스튜데이=최정호 기자]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이 지난 9일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가자고 선언한 것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단순히 젊은 조직을 만들겠다는 뜻 이상을 담고 있다. 손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디지털 뱅크(Digital Bank)으로의 대전환을 위한 방법론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의 최대 과제인 디지털 뱅킹을 MZ세대가 주도하라는 주문이라는 것이다.
손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열린 '2021년 하반기 그룹 경영전략 워크숍'에서 "MZ세대는 이제 그룹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를 이끌어가는 주축이므로 이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자""면서 "코로나19 속에서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됨에 따라 시장예측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해 젊은 피 중심 별동대인 '블루팀' 띄웠던 손태승, 올해에 MZ세대 전체에게 과제 부여?
손 회장은 지난 해 5월 15일 디지털 비전 선포식을 갖고, '디지털 퍼스트, 체인지 에브리싱(Digital First, Change Everything)을 새로운 경영 슬로건으로 내놓았다. 모든 역량을 디지털 뱅킹에 쏟아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했다.
당시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디지털혁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우리금융지주·우리은행·우리카드·우리종합금융·우리FIS의 디지털 금융과 경영기획 조직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로서 손 회장이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이 위원회 내에 별도 조직으로 '블루팀(BLUE TEAM)'을 신설했다. 혁신적인 젊은 직원 20여명으로 구성된 별동대이다.
손 회장이 1년여 만에 MZ문화를 미래가 아닌 현재를 주도하는 조직문화로 만들어가자고 주장한 것은 디지털 대전환이 '블루팀'과 같은 소수의 별동대 수준을 넘어서 거사적으로 추진돼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아가 그 거사적인 디지털화의 흐름을 MZ세대의 사고방식과 소통문화가 주도해야 한다는 선언을 했다고 볼 수 있다.
■MZ세대 조직문화, 디지털플랫폼 WON뱅킹 혁신해야
손 회장이 전력투구하는 디지털 대전환의 중심축은 우리금융의 디지털플랫폼인 'WON 뱅킹'이다.
우리금융그룹은 2017년 ‘위비(Wibee)’라는 모바일 금융플랫폼을 선보이며 디지털 은행으로서의 탈바꿈을 한차례 시도했었다. 위비 출시 당시 모바일이라는 편리성에 안정성을 대폭 강화해 많은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하며 순항하는 듯했지만, 금융업까지 진출한 빅테크 기업의 영향력을 위비는 뛰어 넘지 못했다.
‘WON’이라는 새브랜드는 그룹 계열사들이 모두 참여하는 통합브랜드라는 점에서 위비와 출발부터 다르다. 그룹 내 디지털 브랜드를 WON으로 통합했다. 이는 손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WON은 우리금융의 ‘W’와 모바일 금융시장을 연다는 ‘ON’이라는 뜻으로 손 회장이 직접 네이밍 작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디지털플랫폼 WON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MZ문화가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어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구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 WOB뱅킹은 그룹내의 연결성과 외부로의 확장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중
WON은 연결성과 편리성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우리 페이’라는 그룹 통합 결체 플랫폼을 구축해 ‘우리WON뱅킹 앱’ 안에 결합하는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다. 또 우리카드의 경우 기존 ‘위비멤버스’라는 앱 서비스를 ‘우리WON멤버스’로 명칭을 변경하고 리뉴얼해 7월 중 오픈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위비멤버스가 그룹 디지털 플랫폼 브랜드인 ‘WON’으로 통합되면서 그룹사 간 제휴를 통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룹 내의 연결성만 노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외부로의 확장성은 또 다른 포인트이다.
2017년 발표된 위비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독자성에 무게가 쏠렸었다. 초기 신선함으로 금융소비자들에게 어필했지만, 각종 편의 기능들이 연동이 되지 않거나 제한돼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금융은 빅테크 기업 및 다양한 플랫폼 기업과 제휴로 금융 플랫폼 전략을 선회했다.
우리금융은 타 업종의 결합을 통한 신규 사업 모델 발굴을 위해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 등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최근 우리은행은 ‘카카오페이’와 함께 비대면 상품 조회 및 가입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로 인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고객 중심의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또 ‘롯데멤버스’와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금융상품 개발과 디지털 플랫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쏘카’와는 금융과 모빌리티 플랫폼 결합으로 상품 판매 채널 확대 및 공동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네이버와 연세대학교와 함께 ‘연세대 전용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했다. 통합 결제 플랫폼 ‘연세 페이’를 비롯해 ‘연세 코인’ 등 각종 학습 솔루션 공동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