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환종의 공군(空軍) 이야기 (50)] 합동 참모대 교육① 러시아 견학

최환종 칼럼니스트 입력 : 2021.07.09 09:01 ㅣ 수정 : 2021.07.09 09:01

야간열차를 타고 달려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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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환종 예비역 공군준장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러시아에 가서는 특이한 체험을 몇 가지 했는데, 그중 하나는 백야(白夜) 현상을 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야간열차(침대칸)를 타 본 것이다.

 

그때가 5월 중이었고 모스크바에서의 첫 날이었다. 밤이 깊었는데도 어두워지지가 않고 신문을 볼 수 있을 정도의 밝기가 계속 되었다. 처음 겪어보는 백야 현상은 신기하기는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신체적으로 그리 상쾌한 기분은 아니었다.

 

모스크바에는 많은 러시아 정교회의 성당 건축물들이 있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축물은 ‘성 바실리 성당’이었다.

 

동화책에 나오는 듯한 아름다운 색상과 모양의 이 성당은 16세기 러시아의 이반 4세가 지었고, 성당이 완성된 후에는 성 바실리 성당과 같은 아름다운 건물을 다시는 짓지 못하도록 건축가의 눈을 멀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필자는 현직에 근무하는 기간중 러시아를 두 번 방문할 기회가 있었고, 두 번 모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돌아볼 수 있었는데, 모스크바에서는 ‘성 바실리 성당’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군사외교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러시아 견학인지라 러시아 군부대(부대 단위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를 방문해서 해당 부대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군사적인(주로 무기체계에 대한) 상호의견 교환을 하였다. 주한미군 장교들과 많이 시간을 보냈던 필자로서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한편, 러시아 견학에 앞서서 필자는 초급 러시아어 교재를 가지고 열심히 공부를 했었다. 러시아에 와서 열심히 공부한 보람을 느낄 수 있었는데, 길거리나 건물에 붙어 있는 단어는 대부분 그 뜻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발음이 문제였다. 러시아 군부대나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현지에서 유학중인 한국인 여행 가이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들에게 러시아어로 질문을 했는데, 상대방이 내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한다.

 

나중에 어느 식당에서 고려인 2세와 얘기를 하다보니 필자의 발음과 억양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음기호만으로 공부하는 것의 한계를 그때 느꼈다. 아무튼 거리와 건물에서 러시아 단어는 읽고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단기간에 러시아어를 공부한 실력 치고는) 소정의 목표는 달성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모스크바 다음으로 방문한 도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갈 때는 야간 열차를 타고 갔고, 영화에서나 보던 침대칸에 몸을 싣고 밤새껏 달려서 아침에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4인승 침대칸(2층 침대 2개)에서 합참대 동기 4명과 함께 한 야간열차 여행은 덜컹거리는 기차가 불편해서였는지 그리 편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트페테르부르크는 화려한 건축물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러시아의 역사는 흥미진진했다.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정도(定都) 300주년’을 기념하는 플래카드들이 도시 곳곳에 걸려있던 기억이 난다. (후에 표트르 대제의 일대기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역사를 읽었는데, 표트르 대제는 관심이 많이 가는 인물이었다.)

 

표트르 대제의 도시계획에 의해 건설된 제정 러시아의 수도인 상트 페테르부르크는 러시아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하며, 도시 여기저기에 산재해 있는 역사적 건축물들(여름궁전, 겨울궁전, 성 이삭 대성당, 그리스도 부활 성당 등)은 유럽에서도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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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실리 성당 앞에서의 필자. 이 사진은 두 번째 러시아 방문때 촬영한 사진이다 [최환종]

 

필자가 가지고 있던 러시아에 대한 이미지(우리 세대의 머리에 각인된 구한말과 8.15 광복 후, 6.25 전쟁 때의 그 이미지)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돌아본 후에 많이 바뀌게 되었다. 물론 ‘외교는 힘이다’라는 말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잊지 말아야 하겠지만. 후에 여러 나라의 장교들과 대화하면서 세계역사에 대한 균형적인 감각을 조금씩 가지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가 아닌 실질적인 세계역사에 대한 관심과 균형적인 시각을 조금씩 가지게 된 것은 이때부터인가 싶다. (몇 년 전에 책의 두께로 말미암아 너무나도 힘들게 읽었던 재레드 다이아몬드 박사의 ‘총, 균, 쇠’와 역시 그의 작품인 ‘대변동’을 읽은 후에는 역사에 대한 균형감각에 더하여 인류 문명의 발전사에 대하여 또 다른 이해와 감각을 갖게 되었다.)

 

두 도시를 돌아보면서 또한 기억나는 것은 우리의 ‘전쟁기념관’ 같은 시설이었다. 전시 내용은 2차 대전때 나치 독일의 침공에 맞서서 당시 러시아가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는데, 군인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시설이었다.

 

러시아에서 마지막으로 방문한 도시는 ‘블라디보스토크’였다. 블라디보스토크는 러시아어로 ‘동방 정복’ 정도의 뜻으로,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출발점이며 러시아가 태평양으로 나가는 관문이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때 우리나라 독립지사들이 활동하던 곳이기도 하다. 역사적인 사실 이외에는 당시 블라디보스토크는 매우 낙후된 작은 도시라는 인상이 강했다.

 

당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가장 높고 좋은 건물은 우리나라 현대그룹에서 운영하는 ‘현대호텔’로 기억한다(전역 후, 몇 년 전에 지인과 같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 호텔은 ‘롯데호텔’로 이름이 바뀌어 있었다. 롯데호텔에서 체크아웃하고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를 기다리는데 나이가 들어 보이는 러시아인 호텔 매니저가 배웅하면서 인사하길래 ‘내가 20여 년전에 이 호텔에서 머물렀는데, 도시가 많이 발전했다’라고 하자 눈이 동그래지면서 환하게 웃었다. 그렇게 오래전의 블라디보스톡을 기억하는 것이 반가웠던 것 같다). (다음에 계속)

 

   

◀최환종 프로필▶ 공군 준장 전역, 前 공군 방공유도탄 여단장, 前 순천대학교 우주항공공학부 초빙교수, 現 한국안보협업연구소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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