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14)] 군내 사조직 병폐소동의 진실 ① '알자회' 제명 논란이 안긴 고민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7.07 18:27 ㅣ 수정 : 2021.07.08 09:13

피눈물의 노력과 고생으로 성과와 능력 인정받아 소령 진급하여 육대 입교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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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시절 필자의 모습과 학교 본부 전경 [사진=김희철/정규 제45기 육군대학 졸업앨범]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장교 양성과정의 출신 구분을 떠나 육군대학에 입교한 학생장교들은 청운의 꿈을 안고 소위로 임관하여 전후방 각지에서 각종 어려움을 극복하며 나름대로의 신화를 만들었다. 

 

더불어 그동안의 피눈물나는 노력과 고생으로 이룩한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아 소령으로 진급했고, 그들은 1년 동안의 육군대학 정규과정 교육을 받으며 비록 성적관리는 힘들지만 꿈같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중 가장 큰 행복은 4년간의 생도생활을 통해 전우애로 다져진 동기들을 8년여 만에 다시 만나 해후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다. 사실 40년 가까운 군생활 동안 가장 많은 동기생들과 함께 보낼 수 있는 경우는 2개기가 중복되어 있는 육군대학 교육과정이 유일한 기간이기도 했다.

 

또한 육사, 삼사, 학군 등 장교 양성과정의 출신을 떠나 전화로만 안부를 묻던 같은 고향 선후배와 중고교 동창 등의 만남도 출신별 체육대회, 회식 등을 통해 사적인 인연의 정을 만끽하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같은 학급에서도 조별, 대각선, 열과 오 등 가능한 많은 모임을 만들어 교류하며 새로운 인연을 쌓아갔다. 이것은 육군대학 졸업 후에 각자의 임지로 보직되어서도 상호 원활한 업무협조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소중한 만남의 기회이기도 했다.

 

이렇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에 분주했던 그때, 대부분의 학생장교들이 전혀 몰랐던 군내의 사조직 문제가 육군대학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특히 육사출신 학생장교들 사이에서 더욱 심각한 논쟁으로 가시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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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시절 체육대회, 회식등을 통해 사적인 인연의 정을 만끽하는 모습 [사진=정규 제45기 육군대학 졸업앨범]

 

■ 동기회 제명수용과 거부의 진퇴양난(進退兩難)의 딜레마에 빠져

 

육군대학을 시끄럽게 만든 ’군내의 사조직 병폐 소동‘ 문제는 서울에서 개최된 사관학교 후배기의 동기회 전체 모임에서 발단이 되었다.

 

당시에 필자도 생소했던 ’알자회‘가 후배기의 동기회 모임에서 최초 거론되었다. 그 모임의 회원들이 주요 요직에 보직되어서 편파적인 인사를 통해 그들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격앙된 논쟁을 통해 그 사적모임 회원들을 동기회에서 제명을 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동기생들이 모인 육군대학의 한 학생장교에게 연락하여 필자의 동기회에서도 같이 제명하자고 제의했다. 전달을 받은 그 동기생은 심각하게 언성을 높이며 필자에게 동기회에서 사적모임인 ’알자회‘ 회원들의 제명을 강요했다.

 

그의 흥분된 항의를 들은 필자는 동기회 간부직을 맡고 있어 제명수용과 거부의 진퇴양난(進退兩難)의 딜레마에 빠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동기중에 누가 ’알자회‘ 회원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전체 동기회를 열기 전에 일부 동기들과 상의하며 의견도 수렴했다. 

 

그런데 필자가 사조직 명단을 확보하여 사조직에 포함된 동기들의 면모를 살펴보니 후배 기수에서처럼 “편파적인 인사를 통해 그들만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격앙된 논쟁에 대상이 될 만한 사람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동기애로 똘똘 뭉쳐 사조직 뿐만 아니라 모든 동기들에게 잘 처신하는 훌륭한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다. 

 

그때 서울에서 선배와 다른 후배 기수에서 관련자들을 또 제명한다는 소식이 들려와 점입가경(漸入佳境)이 됐다.

 

그러나 군내 사조직을 돌이켜 볼 때 ’알자회‘만 있는 것이 아니였다. 앞서 설명한 같은 고향 선후배와 중고교 동창 등의 모임도 어떻게 보면 사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모두가 알고 있는 사관학교 럭비, 축구부 출신들의 모임은 오히려 더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수도 있었다.

 

헌데 당시 육군대학에서는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기 위해 같은 학급에서도 조별, 대각선, 열과 오 등 가능한 많은 모임을 만들어 상호 교류하고 있는데 이것도 사조직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새로운 인연을 쌓아가기 위해 만나는 모임들을 볼 때 서울에서 들려온 선후배들이 사적모임 회원들을 동기회에서 제명을 했던 소식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생도시절 사관학교를 그만둔 사람들도 본인이 원하며 동기회에 포함시켜 운우의 정을 나누고 있는 데 꼭 이렇게 제명까지 필요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다음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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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프로필▶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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