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강화" 외치지만 정작 CEO는 책임경영 회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바야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생존의 필수인 시대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전세계가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이 더욱 각광 받고 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발표한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ESG 준비실태 및 인식조사’ 결과, ESG에 대한 최고경영진의 관심도는 10명중 6명 이상(66.3%)에 해당할 정도로 매우 높았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ESG TF(전담조직)를 꾸리고 ESG 채권 발행에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특히 최고의결기구인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경영 방침으로써 ESG는 보편적인 경영 형태가 됐다.
그러나 환경과 사회부문보다 지배구조 영역은 상대적으로 도외시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이는 비교적 ESG 경영 도입이 늦었던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서도 그렇다.
지난달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보고서 'CG Watch 2020'에 따르면 지난 2년간(2019∼2020년) 한국의 종합 점수는 100점 만점에 52.9점으로 아시아 12개국 중 9위에 그쳤다. 2010년 9위를 기록한 이후로 10년째 줄곧 8~9위에 머물러 있다. 보고서는 지난 2년간 주주총회 활성화, 지배구조공시 의무화 등 중요한 진전이 있었으나△ 지배구조제도(10위) △ 상장사(10위) 등에서 여전히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최고경영자(CEO)들의 책임 경영에서도 그 문제가 드러난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 총수 60명에서 37명(61.7%)은 대표이사 직함을 갖고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37명의 총수 중에서 21명은 등기임원을 아예 맡고 있지 않다.
오너 경영자이면서도 법적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해야하는 대표이사, 사내이사, 등기임원 등은 맡지 않고 지위와 급여만 가져가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있지 못한 모습이다.
또 투명한 지배구조를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의장 분리도 필요하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못한 곳이 많다.
국내에서는 대표적으로 SK그룹을 제외하면 LG, 현대차, 삼성의 계열사에도 아직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가 같은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빠른 의사결정 및 이사회 소집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겸직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투명·책임경영을 중시하는 ESG 경영 기준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ESG 경영이 활성화 되는 것은 분명히 산업 전반에 좋은 움직임이다. 그러나 거버넌스(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변화는 아직 부족하다. 물론 ESG라는 개념의 등장이 비교적 최근이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ESG가 단순히 상징적인 개념에서 끝나지 않으려면, 특히 투명한 지배구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논의와 개선이 필요하다. 단순히 ESG가 마케팅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 CEO들의 책임경영이 우선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