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부당 지원" vs. 삼성 "경영 활동"… '급식 몰아주기' 논란, 결국 법정공방으로 갈 듯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24일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웰스토리 등 삼성그룹 계열사에 역대 최대 규모인 과징금 2349억2700만원을 부과했다. 삼성웰스토리에 급식 관련 일감을 몰아줘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와 함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삼성전자를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미전실) 주도로 2013년 4월부터 이달 2일까지 8년 넘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4개사의 사내급식 물량 전부를 수의계약으로 웰스토리(당시 삼성에버랜드)에 몰아줬다.
여기에 △식재료비 마진 보장 △위탁 수수료로 인건비의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인상률 자동 반영 등의 조항을 계약에 넣어 웰스토리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웰스토리 총 매출액에서 이들 4개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8.8%(2013~2019년 기준)에 달한다.
공정위 측은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 회사인 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전부 몰아준 것"이라며 "이런 계약 방식은 동종 업계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웰스토리에 유리하다"고 짚었다.
이어 "급식 물량 몰아주기, 유리한 조건의 계약 등 웰스토리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 배경에는 미전실의 지시가 있었고, 계열사 구내식당의 대외 개방도 막았다"고 덧붙였다.
공정위에 따르면 미전실은 2013년 4월 삼성전자 등 계열사들에 ‘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에 대해 가격을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삼성전자 외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에도 적용하도록 조치했다.
또 같은 해 10월 삼성전자가 웰스토리가 아닌 다른 사업자와 구내식당 일부 물량을 계약하려 시도했으나 석 달 뒤 미전실 간부가 전화로 무산시켰다.
삼성전자는 2017년 9월에도 식당 개방을 계획했지만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이 "너무 큰 파장이 예상된다"며 경쟁입찰을 막았다. 공정위가 현장조사를 나가기 몇 달 전인 2018년 4월 삼성전자는 경기 수원사업장 패밀리홀 식당 경쟁입찰을 추진했지만, 정현호 사업지원TF장이 이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처럼 웰스토리가 부당지원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결국 총수일가에게 흘러갔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웰스토리는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삼성 에버랜드)의 100% 자회사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2013~2019년 4개사와 거래해 영업이익 총 4859억원을 올렸다"며 "같은 기간 단체급식 시장 전체 영업이익의 39.5%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웰스토리는 단체급식 내부거래를 통해 취득한 안정적 수익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배당을 해 총수일가의 캐시카우 역할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당초 공정위 심사보고서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등 전·현직 임원 4명을 검찰에 고발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전원회의를 거치며 최지성 전 실장 외 3명은 고발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4월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일감개방 선포식을 열어 단체급식 일감 개방을 선언하고, 공정위에 동의의결도 신청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삼성의 자진 시정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동의의결을 기각하고 제재 수순을 밟았다.
삼성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부당지원 지시는 없었다. 당시 경영진은 ‘최상의 식사를 제공하라’는 것 뿐이었다"며 "임직원들의 복리후생을 위한 경영활동이 부당지원으로 호도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웰스토리가 핵심 캐시카우로서 합병 과정에 기여했다는 등 고발 결정문에조차 포함되지 않았거나 고발 결정문과 상이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며 “사실관계와 법리 판단은 일방적이고 전원회의에서 심의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