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111)] 육군대학 현지실습의 추억 ②상황실 브리핑과 현지 상황은 상이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6.22 17:04 ㅣ 수정 : 2021.06.23 10:54
최신의 교리가 어떻게 변했고 적용할 가치가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관심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두산 백과사전에 사단(division, 師團)이란 “군단보다 작고 여단 및 연대보다 큰 군대 조직상의 편성 단위로 육군의 전투병과와 근무병과로 구성된 기본적인 제병협동 부대이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단으로 독립해서 전술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의 단위 부대이다”라고 정의 되어 있다.
전형적인 사단은 보병사단과 기계화사단이며, 그 밖에 부대의 성격과 특수임무에 따라 향토사단, 동원사단, 공수·산악사단 등도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전략미사일 부대로 구성한 포병사단도 두고 있다.
사단은 1∼2만 명 정도의 인원으로 구성되며 장군에 의하여 지휘된다. 이와 같은 사단은 프랑스혁명 때 프랑스군에 의하여 창안된 제도이며, 나폴레옹 1세에 의하여 개량되고, 19세기 말에 유럽 제국에서 채택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보편화된 단위부대이다.
육군대학 학생장교들은 사단장 조성태 장군(육사 20기, 제35대 국방장관 역임)에게 현지실습 신고를 마치자 사단사령부 기밀실에서 사단의 부대 현황 및 작전계획 설명을 들었다.
당시 브리핑 내용은 향토사단으로써 전선을 형성하는 정상적인 방어라기보다는 중요시설을 방호하기 위해 책임 지역별로 방어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었고, 정상적인 방어작전을 할 수 있는 부대도 훈련단이란 명칭으로 예비군 훈련에만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작전계획 설명을 듣고 필자가 느끼기에도 적의 정상적인 공격을 방어하는 작전계획이라기 보다는 적의 침투부대가 수도권에서 활동하는 것을 대비하는 대침투 작전계획 위주의 수준 정도이었다.
따라서 기동전과 도시방어 작전을 학습한 학생장교들의 무수한 질문이 쏟아졌고, 반면에 브리핑을 하던 작전장교와 배석한 작전참모 및 작전보좌관은 이미 작전계획 발전에 대한 복안이 세워져 있는 듯 개의치 않고 친절하게 답을 해주며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물론 사단 작전참모나 보좌관은 이미 육대를 졸업한 선배였고, 그런 자신감은 육군대학 현지실습의 시스템을 잘 알고 있었기에 학생장교들의 연구과정에서 가장 최신의 교리가 어떻게 변했고 적용할 가치가 있는지를 파악하는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편 육군대학 현지실습조는 거의 완전한 사단 참모부 편성을 해놓은 상태였다. 조에서 가장 선임장교가 사단장 역할을 맡았고 각 주특기별로 인사, 정보, 작전, 군수, 동원참모 등으로 편성을 했다. 기타 병과 장교들은 해당 분야의 보좌관을 맡아 작전계획 발전을 연구했다.
필자는 육대교육 수료후 차후 보직이 수방사 작전장교로 예정되어있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지닌 능력에 비해 과분하게 작전계획 연구를 총괄하는 작전참모직을 맡았다. 이때 함께 실습을 지도하는 육대교관은 연구과정과 발표를 지켜보면서 각 학생장교들을 평가를 병행했다.
■ 실내 상황실에서 브리핑을 받을 때와 거점 현장의 상황은 많이 상이
의욕이 넘치던 육군대학 학생장교들은 부대 현황 및 작전계획 브리핑을 받고 쏟아낸 질의와 답변에도 만족을 못한 듯 작전참모에게 중요 방어 거점을 답사하겠다고 요청을 했고, 현지 부대는 답사 요청이 있을 것을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준비된 현장으로 안내했다.
학생장교들은 사단사령부에서 주요 거점 밑에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도시 근교에 어울리지 않게 가파른 능선길을 따라 전방을 훤하게 관찰할 수 있는 감제고지에 힘들게 올랐다.
이미 그곳에는 작전지역 관할 대대장이 상황판을 비치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고 땀을 닦기도 전에 현지 브리핑은 시작되었다.
특히 전시에 병력이 동원되어 작전을 수행하는 현지 향토사단 부대는 소수의 현역만을 가지고 광활한 작전지역을 관리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 예상됐다. 하지만 설명하는 대대장은 나름대로 가능한 계획을 발전시켜 놓았다.
대대장은 해당 부대가 정상적인 방어와 도심의 지역을 방호하는 임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향토사단이라 외곽 연대와 도심을 담당하는 내곽 연대로 구분하여 운용함에 따른 애로점을 설명했다. 또한 병력을 동원하여 운용하는 어려움과 화력, 장애물 등 가용 전투력이 부족함도 덧붙였다.
사단본부의 실내 상황실에서 브리핑을 받을 때와 현지의 상황은 많이 상이했다. 거점에서 직접 확인한 사항들과 사무실에서 지도만으로 지형을 분석하는 것은 확실히 비교가 될 정도로 많은 차이점이 있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이것은 수도권 도시화가 확장됨을 고려한 지형의 변화에 따라 기존 정보판단에 의한 유사시 적의 공격 접근로 분석에 제한사항이 많아 기존 개념만으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려워 더욱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적이 접근할 수 있는 거점 전방의 광활한 평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형성되고 4차선 이상의 도로들이 신설되는 것을 고려할 때, 결국 기존 정보판단보다는 도시계획에 따르는 새로운 정보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종합이 되었다.
또한 효과적인 전투력 발휘를 위해서는 훈련단을 동원사단으로 개편해 외곽 연대가 담당한 지역을 담당하여 정상적인 방어를 하도록 발전시킴으로써 향토사단의 능력으로 초과된 방어 임무를 보강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관건은 수도권 개발에 따른 지형의 변화를 적용하되 기존 외곽 연대의 방어 배치를 동원사단의 정면과 종심을 고려하여 조정하며, 또한 후방의 향토사단 작전과 연계시켜 구체화 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다음편 계속)
◀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