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467)] 한때 합격자 60%를 차지했던 최고명문 도쿄대 학생들이 국가공무원을 기피하는 이유

정승원 기자 입력 : 2021.06.22 10:52 ㅣ 수정 : 2021.06.22 10:55

국가공무원 합격자 비중 5년만에 반토막, 열악한 노동환경 낮은 급여 수준 등 장점 사라진 국가공무원에 매력 잃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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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 합격자의 절반을 웃돌았던 도쿄대 졸업생 비중은 이제 옛말이 됐다. [출처=일러스트야]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도쿄대학은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이자 국가공무원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대학으로도 유명하다.

 

역사학자 하타 이쿠히코(秦 郁彦)의 저서 ‘관료의 연구’에 따르면 1894년부터 1947년에 걸쳐 국가공무원에 합격한 인재들 중 도쿄대학 출신은 총 5969명으로 전체 합격자의 60%를 넘기는 압도적인 비율을 자랑했다.

 

멀리 볼 것 없이 지금 일본 중앙관청의 최고 사무직 13자리 중 11자리에 도쿄대학 출신이 앉아있는 것만 보더라도 도쿄대학이 일본 관료제에서 얼마나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 짐작이 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상황은 급변했다. 정확히 말하면 도쿄대학 학생들 사이에서 국가공무원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진 것이다.

 

이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2015년만 하더라도 국가공무원 종합직에 합격한 도쿄대 출신은 459명이었지만 작년에는 249명으로 줄어들었고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년전 26.6%에서 작년에는 14.5%로 거의 반 토막이 났다.

 

그렇다면 무엇을 계기로 일본의 젊은 엘리트들은 국가공무원을 경원시하게 되었을까.

 

한 예로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 응한 도쿄대학 4학년생 A씨는 2학년까지만 해도 대학을 졸업한 후 관료가 되길 꿈꿨지만 그 사이 마음을 바꿔 올해 취업활동에서 외국계 컨설팅기업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았다.

 

‘관료는 노동환경이 나쁘면서 급여 면에서도 좋지 않다’는 것이 A씨의 국가공무원에 대한 평가다. 여기에 더해 A씨에 앞서 국가공무원이 된 같은 대학 선배들조차도 피곤에 찌든 얼굴로 ‘관료가 될 거라면 각오를 하라’는 충고를 하자 국가공무원에 대한 마음을 완전히 접어버렸다.

 

막무가내식의 불합리한 업무지시를 거스를 수 없고 막상 문제가 터지면 정치인들의 방패막이가 되어 미디어와 국민들의 비난을 받아야 한다는 일본 국가공무원만의 모순도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

 

특히 아베 정권 이후로는 공문서 위조를 포함한 각종 정치스캔들로 애꿎은 국가공무원들의 자살이 줄을 이으면서 A씨를 포함한 도쿄대학 학생들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젊은 엘리트들의 국가공무원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으로 돌아서면서 그 결과로 2019년에 자발적으로 면직을 신청한 20대 국가공무원은 총 86명으로 6년 전에 비해 4배나 급증했고 반대로 올해 국가공무원 종합직 응시자는 작년에 비해 14.5% 줄어든 1만 4310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직업 안정성이 중시되는 풍토가 더욱 강해졌음에도 국가공무원만 유독 젊은 퇴직자가 많아지고 신규 응시는 줄어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도쿄대학도 거를 정도로 국가공무원의 대우와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비난의견과 ‘시대에 맞춰 도쿄대학 학생들의 진로가 다양해졌을 뿐 국가공무원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옹호의견이 부딪쳤지만 공무원 사회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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