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의 즉시연금 지급권고 무시한 삼성생명, 소송전에 매달리는 진짜 이유는?

고은하 기자 입력 : 2021.06.18 08:00 ㅣ 수정 : 2021.06.18 11:36

법적 구속력 없는 금감원 권고만으로는 이사회가 거액 지출 결정 못해/보험 약관에 대한 법원의 해석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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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 소송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줄줄이 패소하면서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재판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즉시연금 소송에서 생명보험사들이 줄줄이 패소하면서 업계 1위 삼성생명의 재판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5부는 16일 열린 12번째 변론기일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 청구 소송 관련 변론을 종결하고, 내달 21일 판결을 선고하기로 결정했다.

 

흐름은 삼성생명 측에 불리하다.  앞서 법원은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의 소송에서 원고 측인 보험 가입자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더욱이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 측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한 바 있다. 삼성생명이 약관을 이유로 덜 지급한 즉시연금은  4300억원(5만5000건)에 달한다. 금감원이 추산한 국내 생보사들의 미지급 즉시연금액 1조원의 절반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금감원의 지급 권고와 다른 생보사들의 패소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이 지급을 거부한 채 소송에 매달리는 이유는 뭘까. 국내 1위의 재벌그룹 계열사가 4000억원을 아끼기 위해 '갑질'이라는 비판의 위험을 무릅쓰는 것일까.   

 

■ 주주이익과 소비자 권익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면 법원 판결 필요해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주주자본주의의 대원칙인 주주이익 훼손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이다. 동시에 보험 가입자인 소비자 권익 보호라는 요소도 충족시켜야 한다. 이 같은 다소 상충된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방안은 금감원 권고 수용이 아니라 법원 판결 집행이 되는 것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권고한 게 법적 효력을 가지면 이사회에서도 그것을 근거로 지급을 해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권고만 가지고 삼성생명 이사회가 지출건을 결정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입장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7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사회에서 즉시연금이 미지급됐다고 판단해서 지급 결정을 내리려면 약관상으로나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법원의 판정이 내려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금감원은 즉시연금을 둘러싼 삼성생명과 가입자들간의 분쟁을 조정하면서 최종적으로 지급 명령을 내린게 아니다.  지급 권고를 한 것이다. 따라서 약관의 최종 해석권자인 법원의 판결을 받는 것은 정해진 수순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사법기관이 아니다. 금융당국으로서 이 부분에 대해서 중재할 수 있는데, 삼성생명과 같은 생보사가 이를 무조건 수용해서 지급하면 배임 이슈가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앞서 진행된 농협생명·동양·미래에셋·교보의 즉시연금 소송에서도 해당 약관을 명시했느냐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농협생명만 유일하게 승소했다. 상품약관에 ‘가입후 5년 동안 연금월액을 적도록 해 5년 후 적립액이 보험료와 같도록 한다’는 내용을 기입했기 때문이다. 

 

■ 국내 주요 생보사들의 인기 상품이었던 '즉시연금', 약관 해석에 대한 입장 차로 대규모 소송전 비화 

 

즉시연금보험 관련 소송은 지난 2018년 10월에 시작됐다. 당초 지난해 10월 23일 변론을 종결하고, 올해 3월 10일 선고할 예정이었지만 법원 인사 등의 내부사정으로 변론공판이 길어졌다.

 

즉시연금보험은 일정금액을 일시에 보험료로 납입하고, 납입 즉시 혹은 일정 기간 후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 상품이다. 보험사별로 연 4.5~5.0%의 이자를 지급하고 있으며 아무리 이율이 떨어져도 약 2.5% 수준으로 최저 보증을 해 주고 있다. 보험사는 만기에 환급금을 주기 위해 운용수익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적립한다.

 

이 때문에 '즉시연금 분쟁'은 이를 약관에 명확히 기재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보험사는 연금월액 일부를 공제했는데, 가입자들은 이런 내용이 약관에 기입돼 있지 않고 설명도 없었다며 민원을 제기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삼성생명에 대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매달 이자 지급 시 사업비 등 만기에 돌려줄 재원을 미리 공제한다는 내용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았다며 '약관에 문제가 있다'는 판정을 내리면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 KB생명,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삼성생명을 포함한 보험사는 즉시연금 지급액과 환급금 등의 산출식은 전문적인 내용으로 약관에 모두 기입하긴 어려워 즉시연금 기초 서류 중 하나인 '보험료·책임 준비금 산출방법서(산출방법서)'에 매달 연금지급 시점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입장이다.

 

즉시연금 지급금 분쟁 가입자는 16만 명에 이르고, 규모는 8000억~1조 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이 4300억 원(5만5000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한화생명 850억원(2만5000건), 교보생명 700억원(1만5000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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