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연봉'으로 급한 불 껐지만…SK하이닉스, 인력 유출 막을 수 있을까?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일반직·생산직 임금을 각각 8%, 9%씩 인상하는데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은 11일 노조 대의원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합의안이 확정되면 단순계산으로 SK하이닉스의 기술·사무직 초임 연봉은 5040만원이 된다. 이는 삼성전자의 올해 대졸 초봉 48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3월말 노사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통해 올해 직원 기본급을 4.5% 인상하면서 대졸 초봉을 지난해 4450만원에서 올해 4800만원으로 올린 바 있다.
대졸 초봉만 놓고보면 SK하이닉스의 이번 임금 인상은 재계 1위 삼성전자보다도 높아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올해 초 불거진 성과급 논란을 일단락시키면서도 반도체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사측의 노력이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 1월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실적에 비해 낮은 이익분배금(PS)을 지급하면서 "지급 기준을 명확하게 공유하라"는 요구가 사내 게시판 및 직장인 익명 게시판 등에 올라왔다.
여기에 입사 4년차 직원이 사내 전체메일을 통해 PS 논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며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러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연봉을 반납하고, 사측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우리사주 지급 등을 약속했다. PS에 대해서도 기본급의 1000%가 상한이지만 지급 한도를 초과하는 영업이익이 발생할 경우에는 이듬해 1월에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PS 사건은 이렇게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영진과 사측의 직원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퇴사자는 크게 늘었다. 특히 기술·사무직에서만 올해 300명이 넘는 인원이 이탈하면서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노조는 지난달 ‘심각한 인재유출에 대해 경영진이 책임지고 대책을 강구하라’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노조 측은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기술·사무직 퇴직자 수는 301명이다. 이는 예년의 8월정도에 해당하는 엄청난 수치"라며 "당사 노사가 성과급 논란과 관련해 합의안을 들고 왔으나 많은 직원들의 마음은 떠난 후"라고 짚었다.
게다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경력직 상시 채용에 들어갔고 국내외 글로벌 반도체 강자들 역시 인재 확보 전쟁에 뛰어들면서 SK하이닉스 내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규모도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는 "최근 경쟁사의 신입 채용 프로세스를 진행했었다"며 "지난해 신입 채용 발표 후 100명에 달하는 인원이 퇴직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이탈은 그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진정성 있게 변해야 한다"고 사측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SK하이닉스 사측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인재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라며 "구성원 자부심과 인재확보·유지를 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에 잠정 합의했다. 이에 대졸 초임도 5000만원대로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번 합의안이 인재유출을 막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SK하이닉스 직원들의 입장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한 SK하이닉스 직원은 "개인적으로 이번 합의안 내용이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초봉이 올라갔다고 해서 경쟁사를 뛰어넘는건 아니다. PS 지급이 어떻게 될지는 결국 내년이 돼야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직원도 "업계에서 최고 수준의 연봉이 제공되는 것은 맞다"며 "그러나 PS가 얼마나 제공되는지, 연봉 인상률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실질적으로 받는 금액은 경쟁사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