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장원수 기자] 일본은 ‘라면의 왕국’으로 불린다. 거리 곳곳에 오래된 노포(老鋪)) 라면집도 즐비하지만, 일본의 이마트라고 할 수 있는 ‘이온몰’의 라면 진열대로 가면 수많은 인스턴트 라면 가짓수에 압도당하기 일쑤다. 물론 이곳 대부분은 일본 라면이지만, 한국 라면도 꽤 많은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라면은 20∼30년 전부터 일본에 수출했지만, 초창기에는 별반 힘을 쓰지 못했다. 그러다가 일본 내에서 ‘K-드라마’와 ‘K-팝’이 인기를 끌면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한국의 인스턴트 면을 일본 전역의 편의점이나 슈퍼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이전까지 한국 라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브랜드는 농심의 ‘너구리’와 ‘신라면’이었다. ‘너구리‘는 해물 맛 스프에 꼬들꼬들한 면발이 일본인들의 입맛에도 적중해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한국 라면의 대명사로 불리는 ‘신라면’은 한인마트뿐만 아니라 일본의 일반 슈퍼마켓과 마트, 편의점 등에서 반드시 볼 수 있는 한국 상품 가운데 하나로 진열대의 맨 앞을 차지했다.

영화 ‘기생충’을 통해 알려진 ‘짜파구리’ 레시피가 일본에서도 관심을 얻으면서 한국 인스턴트 라면의 조합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한 일본 잡지에서는 너구리와 사리곰탕을 같이 끓이면 돈코츠(돼지고기 육수) 계열과 해산물 계열의 조합으로 새로운 맛을 접할 수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또한 ‘불닭볶음면(プルダック炒め麺)’에 치즈와 계란을 같이 먹으면 매운맛이 조금 덜하면서 아주 맛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일본 내에서 한국 라면 브래드 선호에 자그마한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일본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으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떠오르고 있다. 특히 SNS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쫄깃쫄깃한 면과 매콤한 맛에 중독됐다는 일본인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유튜버들 사이에서 매운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콘텐츠들이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얻는 등 ‘한국의 매운맛’이 일본의 유행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독자가 551만 명의 파워 유튜버 키노시타 유우카의 ‘불닭볶음면’ 영상은 조회 수가 1705만 회가 넘을 정도로 인기다. 영상에서 그는 직접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먹는데, 맵다고 말하면서도 젓가락질을 멈추지 않는다. ‘불닭볶음면’을 먹으면서도 ‘삼키는 순간 맵지만, 맛있다’라고 연신 감탄하고, 우유를 마신 다음에도, 물을 마신 후에도 라면 먹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렇게 ‘불닭볶음면’과 ‘치즈불닭볶음면(チーズプルダック炒め麺)’ 3인분을 말끔히 해치운다. 

그는 기존 ‘붉닭볶음면’보다는 삼양식품에서 새롭게 출시한 ‘치즈불닭볶음면’을 추천했는데, 특유의 매운맛에 고소한 치즈 맛이 더해져 일본인들이 좋아할 맛이라고 칭찬했다.

일본 신문이나 잡지에서도 ‘불닭볶음면’을 소개하는 기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지난달 11일 일본 프라이데이(FRIDAY) 잡지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일본에서 붐을 이루고 있는 매운 라면을 소개하면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을 제일 1순위로 올렸다. 그러면서 요코하마나 미야자키 지역의 매운 라면이나 닛신컵누들(日清カップヌードル)이나 ‘삿포르 제일(サッポロ一番) 같은 국민적인 브랜드도 매운맛 라면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월 25일 일본 민영방송 후지TV의 ‘메자마시 TV’에서도 한국 인스턴트 라면 중에서 ‘치즈불닭볶음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프로에서는 도쿄(東京) 쵸후(調布)시에 위치한 한국 식자재 전문 마트 ‘예스마트(Yesmart) 쵸후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라면이 삼양식품의 ‘치즈불닭볶음면’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4월 한 달간 한국 인스턴트 라면 순위를 보면 1위가 ‘치즈불닭볶음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