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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이재명의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 (4)

‘소박한 복지’도 불가능한 ‘일하는사람들의 생활공제회’, 그들에겐 ‘착한 정치’가 생명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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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식 기자
입력 : 2021.05.21 17:48 ㅣ 수정 : 2021.06.08 17:41

우리사회의 그늘을 발빠르게 돕는게 ‘착한 정치’ / 사업주만 지원하는 현행 공동근로복지기금 관련법 개정 시급해

4차산업혁명시대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가고 있지만 동시에 ‘제3의 노동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 배달노동자, 초단기계약직 노동자 등을 양산 중이다. 이들은 노동3권의 사각지대에 있다. 법적으로 개인사업자 혹은 특수고용직 노동자이다. 가장 힘없는 노동자들이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이들의 이익추구를 돕는 정책을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이라고 명명했다. 자력으로 이익단체를 결성할 힘도 구심점도 없는 새로운 노동계층이 ‘이해대변 조직’을 결성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대기업 산별노조가 자생적 조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은 실험적 노동정책이다. 그 실험의 현재와 가능성을 5회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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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공제회'가 지난 달 21일 '안산시흥지역노동공제회' 추진 과정에서 공동복지체험프로그램을 신청했던 33개 사업장 중 23개 사업장과 화상 간담회 진행하고 있다. 왼쪽은 최은미 사무국장. [사진=일하는사람들의 생활공제회]

 

[뉴스투데이=민경식 기자]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거창한 이념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본에 의한 노동 착취와 같은 사회주의 이론은 그들에게 탁상공론에 불과하다. 당장의 삶의 조건이 조금이라도 개선된다면 거기서 행복감을 느낀다. 이는 역설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삶과 노동 조건이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점을 반증한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취약노동자 조직화사업에 2년째 선정된 ‘(사)일하는사람들의생활공제회 좋은이웃(이하 ’생활공제회‘)’만 봐도 그렇다. 노조결성은 꿈도 못꾼다. 바라는 것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평범한 복지일 뿐이다. 그 평범한 복지로부터 소외돼 있다는 사실이 오히려 취약노동자조직화 사업의 절박함을 알려주고 있다.  

 

■ 최은미 사무국장, “노조 결성은 꿈도 못꿔, 작은 회원복지라도 실현하는 게 목표” / “월 회비 8720원은 1시간의 가치 나누자는 취지”

 

 최은미 안산·시흥지역 노동공제회 사업단 사무국장은 뉴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속한 안산, 시흥은 50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이라 지역 노동인권이 취약한 지역”이라면서 “노조 조직율이 3%에 불과하고 결성이 되도 유지가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조 결성은 목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생활공제회는 그동안 산업재해 노동자 지원, 병원·카센터 협약을 통한 회원 할인, 소액대출 등이다. 올해는 더 폭넓은 복지를 실현하기 해 노력중이다. 따라서 본격적으로 복지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안산·시흥지역 노동공제회’결성을 추진중이다. 지역을 분명히 명시하는 게 행정적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생활공제회를 꾸려나가는 것도 쉽지가 않다. 500여명 정도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정예멤버이다. 홍보를 해서 모인 게 아니다. 취지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 십시일반으로 회비를 모아 살림을 꾸려가는 처지이다. ‘가난한 가족’인 셈이다. 

 

지난해 경기도가 지원한 5000만원과 일부 후원금 및 대관료 등을 제외하면, 회원들이 매월 내는 회비가 가장 큰 수입원이다. 회비는 월 8720원이다. 최저시급이다. “1시간의 노동가치를 함께 나누자는 취지로 월 회비를 최저시급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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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사람들의 생활공제회가 지난 해 공동복지를 위한 수요조사 결과분석 전문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일하는사람들의 생활공제회]

 

■ 경기도 지원금 5000만원과 후원금 등 제외하면 연간 5232만원이 큰 수입원, 500여명 회원 복지엔 턱없이 부족

 

월 436만원, 연간 5232만원이 총 수입인 셈이다. 이 정도 금액으로 500여명 회원에게 최소한의 복지를 제공하기란 불가능하다.  

 

최은미 국장은 “2개 이상 사업장이 모여서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하면 정부가 매칭펀드 형식으로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지원한다”면서 “우리가 지역의 사업주들의 협력을 구해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기금이 조성되면 숨통이 트인다. 하지만 걸림돌이 있다. 

 

최 국장은 “사업주가 출연해야 정부가 지원하도록 돼 있는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업주가 아닌 노동자들이 출연하면 공동근로복지기금을 받을 수 없는 관련 법령이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법률 개정을 위해 총대를 메주었다. 

 

최 국장은 “이 의원측과 만나보니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원 입법 발의를 준비중이라고 했다”면서 “5월 내로 의원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회 통과이다.

 

■ 관료주의에 빠진 '공동근로복지기금', 사업주 단체는 지원하는데 노동자 단체는 지원불가 / 더불어민주당의 관련법 개정안 국회 통과 주도에 기대 걸어

 

현행법 취지는 50인 미만 사업주가 복지기금 마련을 위해 자구노력을 할 경우 정부가 지원한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서 취약노동자들이 자구노력을 하게 된다면,  정부가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문구가 없어서 지원이 안되는 셈이다. 입법취지로 보면, 2개 이상 사업장의 노동자가 공동복지기금을 조성해도 정부가 매칭펀드를 조성해주는 게 맞다. 현재의 딜레마는 꽉막힌 관료주의의 병폐가 만들어낸 결과물인 것이다. 

 

최 국장은 “현재 목표는 8월까지 지역 내 50개 사업장의 취약 노동자들을 모아서 노동공제회 추진위원회를 발족시키는 것”이라면서 “1개 공제회에 대해 정부는 최대 6억원까지 지원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에 대기업이 우리 공제회에 지원한다면 정부는 최대 10억원까지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추가로 지원한다”면서 “지방정부가 지원해도 정부의 추가 지원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최 국장의 꿈이 이뤄진다면 공제회는 산재노동자의 생계지원이나 소액대출 등의 수준을 뛰어넘는 공동복지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전제조건이 있다. 노동자들의 공제회도 지원대상이 되도록 법률개정안이 이뤄진다는 조건이 실현된 경우이다. 우리 사회의 그늘에 속한 사람들을 발 빠르게 돕는 게 ‘착한 정치’의 역할인 셈이다. 그렇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공제회가 만들어져도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못한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정치가 가십거리에 불과할 수 있지만, 취약노동자들에게는 ‘착한 정치’가 생명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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