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하는 연구 과제가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미국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와 독일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양희준 카이스트(KAIST)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센서와 김종호 한양대학교 에리카(ERICA) 캠퍼스 재료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인공항체 기술이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올랐다고 20일 밝혔다.
양희준 교수팀은 멤리스터 소자를 기반으로 뇌의 기능을 모방해 글자를 인식할 수 있는 AI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뇌의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성과를인정받아 지난 14일(미국 현지시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됐다.
뇌 신경망에서 정보 처리는 대단히 효율적으로 이루어져 약 20W 수준의 에너지를 사용할 뿐이다. 반면 인간과 바둑 대국을 진행한 AI 프로그램은 인간의 2800배에 달하는 약 56kW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물인터넷(IoT), 엣지 컴퓨팅 등 적은 소비 전력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서는 신경망 정보 처리 과정을 모방하는 뉴로모픽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양희준 교수 연구팀은 멤리스터 소자를 활용해 뉴로모픽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AI 센서를 연구했다. 멤리스터는 전력이 끊어져도 그 전에 흐른 전자의 양의 모두 기억할 수 있는 소자다.
연구팀은 두 개의 전극 사이에 황화주석 소재를 끼워넣은 멤리스터 소자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여러 글자가 섞여있는 복잡한 환경에서 이 소자를 적용한 AI 센서를 한글 인식에 활용해 검증했다. 그 결과 '가자', '사자' 등 간단한 한글을 91% 수준으로 인식하는 데 성공했다.
양희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황화주석 기반 멤리스터 소자의 뉴로모픽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5년 안에 초저전력, 초고집적 인공지능 소자를 구동할 수 있도록 관련 소재, 부품 기술 연구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종호 교수 연구팀은 세균성 감염병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인공항체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2015년 9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과제로 선정돼 지원받고 있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새로운 나노 인공항체 합성법과 진단·치료 기술에 대한 원천 연구로 인정받아 지난달 23일(독일 현지시간)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게재됐다.
단백질 기반의 기존 항체는 생산에 3개월 이상 소요되고, 장기 보관시에는 영하 20∼70도 사이의 저온 상태를 유지해야하는 등 관리가 어렵다.
최근에는 단백질 항체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빠르게 합성할 수 있고, 안정적인 상태 유지가 용이한 인공 항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김종호 교수 연구팀은 페로브스카이트를 적용한 금속 화합물 나노 시트에 펩타이드를 부착시켜 인공 항체를 합성해, 식중독의 원인인 대장균·살모넬라·포도상구균 등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김종호 교수가 합성한 인공 항체와 세균 결합체에 근적외선을 쬐면 결합된 부분이 진동하면서 마찰을 일으켜 70도 이상의 열을 발생시키고, 이 열이 세균을 사멸시킬 수 있다.
인공 항체를 활용해 세균을 사멸시키는 것은 획기적인 시도다.
혈액, 소변 등에 포함된 세균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12시간 이상이 필요한 반면 이번에 개발한 인공 항체를 이용하면 세균 검출과 소멸 시간을 1시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김종호 교수가 합성한 인공 항체는 3일 이내에 합성할 수 있고 실온에서도 안정적이다.
김종호 교수는 "이번 연구에 적용한 식중독 원인균 이외의 보다 다양한 종류의 감염병을 진단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기 위한 연구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