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스팸 문자 홍수 속 피해자 생기기도…통신사 "알짜만 골라내기 힘드네"
분쟁조정위는 '손해 배상' 결정했지만 "의무 사항 아냐" / 피해자, 민사소송 돌입…"대기업의 횡포에 굴복 않겠다"
[뉴스투데이=양대규 기자] SK텔레콤(대표 박정호, 이하 SKT)의 '버티기'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개월 넘게 피해자의 호소를 외면하고 있는데다 정부 기관 결정까지 따르지 않고 있어서다. 20일 현재까지도 SKT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지난해 7월 경기 성남 소재 A한의원이 환자들에게 보낸 단체 문자메시지(SMS)다. 당시 A한의원은 평소와 다름없이 매달 소식을 받기 원하는 환자 4000여명에게 진료 안내 SMS를 보냈다. 하지만 이 SMS는 환자들에게 가 닿지 못했다. SKT가 '스팸(광고성 정보)'으로 처리했기 때문이다.
A한의원 이주일 원장은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저희는 공휴일도 진료를 하는 병원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일요일·공휴일에도 진료를 한다'고 환자들에게 알림 SMS를 보낸다"며 "하지만 SKT의 스팸 필터링으로 정상적인 알림 SMS를 보내지 못해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공휴일에는 쉬는 병의원이 많기에 주말 진료 여부는 환자들에게 필요한 정보 중 하나다. 때문에 A한의원도 수신동의를 받은 환자에 한해 안내 SMS를 전송했고, LG유플러스(LGU+)와 KT 등에서는 정상적으로 갔다.
하지만 SKT만 문제가 발생했다. 더욱이 다른달에는 비슷한 내용의 SMS를 보내는 데 걸림돌이 없었다. 그달에만 SKT가 스팸으로 처리하면서 수천건의 SMS가 환자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럼에도 SKT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받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팸 필터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객들이 스팸 신고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차단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SKT 관계자는 "고객들이 KISA를 통해 하루에도 수많은 스팸을 신고한다"며 "KISA에서 이런 정보를 이동통신회사에 공유하면 그것을 기반으로 스팸을 판단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KISA의 데이터를 이용하는 다른 통신사에서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같은 데이터를 사용해도 각 사가 구축한 필터링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SKT 측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SMS가 왜 스팸으로 분류됐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당사는 KISA 신고릍 통해 스팸으로 신고 접수 및 제공된 문자를 기준으로 스팸 확률을 계산해 차단하고 있지만, 상세한 사항은 안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만 할 뿐이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통해 스팸 필터링을 진행하면서 고객을 보호하고 하지만, 정작 유료 SMS 서비스 이용객의 발송 문자를 스팸으로 분류한 것에 대해선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한 것이다.
이주일 원장은 "분류하는 기준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유료로 보내는 합법적인 SMS를 통신사 마음대로 스팸처리를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더욱이 SKT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산하 통신분쟁조정위원회(통신분쟁조정위)의 조정안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신분쟁조정위는 최근 "피해금액 약 48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SKT 관계자는 "해당 SMS는 고객들이 스팸으로 인식하는 유형의 광고 SMS이다"며 "통신분쟁조정위의 결정은 의무 사항이 아니다"고 했다. 이에 이주일 원장은 민사소송을 준비하는 중이다.
이주일 원장은 "동의받은 분들께 나라에서 고시한 법령대로 문자를 보냈는데 SKT만 해당 문자를 스팸으로 처리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대기업의 횡포에 굴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이 개인의 민원을 무시하고, 통신분쟁조정위까지 가서 조정안도 받았는 데 거부하면, 결국 개인은 지쳐 쓰러질 수밖에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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