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초격차' 시동 건 LG·SK…"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세계 1위 中 CATL 넘겠다"
LG, 화학 중심으로 소재 사업 확장…전자 분리막 코팅 사업도 이관 / SK "향후 차세대 신소재 선점…글로벌 첨단소재 기업 입지 구축"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SK와 LG가 차세대 배터리 소재 확보를 통해 초격차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CATL에게 넘겨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1위' 자리를 재탈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읽힌다.
12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CATL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배터리 에너지 사용량 15.1(GWh,기가와트시)로 점유율 31.5%를 기록하며 세계 1위 배터리사가 됐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320.8%라는 폭발적인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에너지 사용량 9.8GWh, 점유율 20.5%로 CATL의 뒤를 이어 2위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점유율은 24.6%에서 20.5%로 떨어졌다. 이 기간 CATL은 점유율 17.0%에서 31.5%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게다가 LG엔솔과 SK이노베이션(SK이노),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을 모두 합쳐도 30.9%에 불과해 CATL의 점유율보다 낮았다.
SNE리서치 측은 "한국 배터리 3사가 올해들어 중국계 업체들의 대대적인 공세에 직면해 다소 주춤한 상황"이라며 "당분간 중국 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지고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입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뒤쳐진 이유를 LG엔솔과 SK이노간 '전기차 배터리 분쟁'에서 찾았다. LG엔솔과 SK이노가 배터리 분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중국은 가격 경쟁력은 물론 기술 경쟁력에서도 한 단계 도약하게 됐다는 것이다. 앞서 LG엔솔과 SK이노는 영업비밀 침해 등으로 2년여간 소송을 벌여오다 지난 4월에서야 전격 합의한 바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세계 순위권 안에 드는 두 기업이 수년간 분쟁을 해왔고 여기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됐다"며 "중국과 일본은 이 기간동안 기술투자와 경쟁력 확보에 주력했으며 국내 기업들 간의 분쟁에 어부지리를 얻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글로벌 배터리 시장 자체가 아직 태동기이기 때문에 충분히 세계 1위 탈환은 물론 초격차를 이룰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가격의 30∼40%를 차지하고, 배터리 가격의 40%가 양극재 몫이다. 배터리는 양극재 외에 음극재와 분리막, 전해질로 구성된다.
김필수 교수는 "결국 배터리 구성 요소 4가지를 어떤 소재로 제조하느냐에 따라 원가를 절감하고 경쟁력을 얻게된다"며 "최근 LG엔솔과 SK이노가 배터리 분쟁을 합의하고 초격차를 이루겠다고 밝힌 만큼 각각 배터리 소재와 관련 집중적으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고 했다.
■ SK, 전기차 배터리 소재 경쟁력 위한 글로벌 기업 투자 광폭행보
먼저 SK이노의 모회사인 SK(주)는 전기차 핵심 부품으로 주목받는 차세대 배터리 개발사 '솔리드 에너지 시스템'에 400억원을 투자한다. 이는 2018년 약 300억원을 투자한 이후 두 번째로, 이번 투자를 통해 SK(주)는 3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솔리드에너지시스템은 차세대 고성능·고용량 배터리인 '리튬메탈(Li-Metal)'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리튬메탈'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음극재로 사용하고 있는 흑연보다 에너지 용량이 10배 정도 크며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고 주행거리는 2배 이상 늘릴 수 있다.
SK(주)는 그동안 투자 등을 통해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의 핵심 소재와 기술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데 주력해 왔다. 지난 2019년에는 글로벌 1위 동박 제조사 왓슨(Wason)에 3700억원을, 지난 1월에는 차세대 전력 반도체 기업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268억원을 투자했다.
이를 통해 미래차 소재 시장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도약한다는 게 SK(주)의 구상이다.
SK(주) 관계자는 "향후 배터리 양극재, 음극재 분야에서도 차세대 신소재를 선점해 글로벌 첨단소재 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LG화학-LG엔솔 수직 계열화…국내 배터리 소재기업 발굴 및 M&A 확대
LG엔솔의 최대주주인 LG화학은 올해 첨단소재 육성을 목표로 배터리 소재 관련 인원만 세 자리수 규모의 인력을 선발하기로 하고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배터리 소재 경쟁력이 곧 배터리 시장 전체의 경쟁력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이번 채용 규모는 첨단소재사업본부가 출범한 2019년 이후 단일 규모로는 최대 규모다.
여기에 국내 유망 배터리 소재 기업 투자는 물론 M&A(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외부 자산운용사가 조성하는 펀드에 핵심 투자자로 참여해 배터리 소재 기업에 우선적으로 투자할 예정이다.
올해 1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시장의 규모가 크고 향후 급격한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양극재 외에 추가 소재 사업화를 고려하고 있고 조인트벤처(JV)나 M&A 등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 3분기 내로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LG엔솔의 수직 계열화를 진행 중인 LG는 SK와의 배터리 분쟁이 종료된 현 시점부터 본격적으로 생산과 개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내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LG화학을 중심으로 소재 사업을 확장하고, LG전자의 분리막 코팅 사업도 LG화학으로 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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