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선 "투자 여건 무르익었다"는데…삼성SDI, 美 공장 증설에 본격 베팅하나?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삼성SDI가 미국에 배터리 셀(cell) 공장 신설을 연내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꾸준히 흘러나온다. 현재 삼성SDI가 “신규 거점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면밀히 검토 중에 있다”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증설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의 픽업트럭 ‘R1T’와 SUV(다용도스포츠차량) ‘R1S’에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리비안 CEO(최고경영자) 로버트 스캐린지는 “배터리셀 개발 과정에서부터 삼성SDI와 협력해 왔다”며 “삼성SDI 배터리셀의 뛰어난 성능과 신뢰도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삼성SDI가 국내 유일한 각형 배터리 제조업체이자 글로벌 완성차기업 BMW, 아우디 등이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면서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
삼성SDI 관계자는 “배터리 개발과 양산에는 오랜 기술 개발 역량과 노하우가 종합적으로 필요하다”며 “전기차 생산 규모를 키우려는 완성차 업체로선 내재화만으로는 전체 필요(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변화하는 전기차 시장 수요에 맞춰 각 차량 특성에 맞는 다양한 배터리가 필요하기에 배터리 전문업체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엿다.
게다가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달리 유일하게 미국 내 셀 생산 공장이 없다. 미국 미시간주에 조립공장을 두고 있으나 여기서는 직접 셀을 생산하진 않는다.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삼성SDI의 생산 설비 확대설이 힘을 받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증설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할 신북미협정(USMCA, 미국·멕시코·캐나다 간 협정)이 지난해 7월 발효되면서 무관세 혜택을 받기 위해 ‘역내가치비율’ 75%를 필수적으로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완성차의 핵심 생산 부품 비중을 62.5%에서 최대 75%까지 늘려야 하고 부품 생산의 40~45%를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역내 근로자가 만들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통해 세계 기업을 압박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반도체 수급난을 겪으며 배터리, 반도체 등 주요 부품의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런만큼 증권업계에서는 삼성SDI가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공장 증설에 나설 것으로 판단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흘러가는 방향은 현재 원통형 배터리를 만드는 삼성SDI에 긍정적인 상황”이라며 “향후 실적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됨에 따라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