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상'은 따놓은 당상인데…SKIET 직원들, 우리사주 포기한 사연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배터리 분리막 생산업체인 SK아이티테크놀로지(SKIET)가 기업공개(IPO)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사상 최대 증거금인 81조원 가량을 끌어모으면서 덩달아 우리 사주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8∼29일 진행된 SKIET 일반 공모주의 통합 경쟁률은 288.17대 1을 기록했다. IPO 사상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번 공모에 많은 투자자들이 몰린 이유는 ‘중복 청약’ 마지막 대어라는 점과 최근 글로벌 모빌리티 및 배터리 산업 성장에 힘입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형성 후 상한가 기록)’을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치솟은 경쟁률 탓에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상대적으로 배정물량이 적은 증권사에서는 공모주를 단 한 주도 배정받지 못한 투자자들도 생겨났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우리사주에 대한 부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SKIET 우리사주 조합에 배정된 주식 수는 전체의 20%인 427만8000주다. 당초 일반 공모 주식이 전체 25%로 지정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규모다.
게다가 SKIET 우리사주 조합원이 총 218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 계산시 1인당 1만9623주를 받게되는 셈이다. 공모가는 희망밴드 상단(10만5000원)으로 정해졌기에 우리사주 배정액은 총 4491억원이었다.
그러나 이번 공모에서 우리사주 실권율은 35%(149만7300주)나 됐다. 약 1347억원 규모의 물량이 주인을 찾지 못한 것이다.
받기만 하면 '따상'이라는 인식에도 실권율은 왜 이처럼 높게 발생했을까. 이는 1인당 배정액이 너무 컸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우리사주 배정액을 조합원 수로 나눈 1인당 배정액은 20억6000만원에 달한다. 1인당 20억6000만원을 넣어야 미청약 없이 배정된 모든 주식을 소화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일반 직원들이 마련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다.
이에 SKIET도 원활한 청약을 위해 우리사주 조합원들에게 1인당 5억원 규모의 대출을 주선해 줬다. 다소나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5억원을 대출 받는다고 해도 1인당 최대 15억6000만원의 자금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게다가 우리사주를 배정 받는다고 해도 1년간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대출에 대한 이자도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SKIET의 우리사주 실권율이 다른 기업에 비해 높았던 이유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이같은 애로를 토로하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SKIET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우리사주 조합원이 받을 수 있는 최대 주식 수를 단순 계산해도 약 21억원에 해당하는데, ‘영끌(영혼까지 끌어쓴다는 신조어)’하더라도 확보할 수 있는 자금의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며 “21억원을 낼 수 있는 일부 임직원들을 제외하고는 실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SKIET IPO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우리사주 실권주 중 106만9500주(공모주식의 5%)를 일반투자자에게 우선 배정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권물량 중 일부를 개인 공모주에게 배정하게 되면서 '0주 배정' 청약자는 기존 210만명(중복 포함)에서 150만명(중복포함)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SKIET는 오는 11일 코스피에 입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