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한 전법으로 웅덩이의 위와 아래를 막고 물을 퍼내어 물고기를 잡는 낚시 방법이었던 ‘막고 푸는 방법’을 택하자 몹시 바빠졌다. 그 날 교관이 강의하며 강조했던 교리는 조사까지 그리고 농담까지도 모두 기록하며 모두 암기하기로 했다.
선배들의 고추가루(참고자료)를 기초해서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판단된 것만 쌓아가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머리 속에 꽉꽉 눌러서 마구 쑤셔 넣기식” 학습으로 전환했다.
물론 이방법은 학습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다음 시험부터 달라졌다.
단지 혼자서 교범을 읽고 숙지하는 것은 나름의 지식을 배양할 수 있었으나 가르치는 교관의 의도를 읽을 수는 없었다. 막고 푸는 식으로 강의 및 토의시 한마디씩 던지는 교관의 모든 발언에 초점을 맞추자 교범의 행간에 숨어있는 교리를 깨닫게 해 주었다.
수업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었던 농담은 당시 교리를 암기하는 중요한 연상도구가 되었고 이러한 것들은 시험장에서 강의시 교관이 이야기했던 토시까지도 기억하여 적어낼 수 있었다.
시험평가가 끝나 시험장 밖을 나오면 상단의 사진처럼 모범답안이 복도에 게시되어 그날 시험의 성패를 바로 짐작할 수 있었고,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면 교실 입구에 비치되 모자함에 각 개인의 성적표가 꽂혀있어 그날은 진해 시내 술집엔 학생장교들이 모여 시험 후 회포를 푸는 시간이 되곤 했다.
교육 역시 인간이 가르치고 그 사람이 평가하는 법이다. 따라서 가르치는 교관의 의도에 맞춰서 공부하고 작성한 시험 답안지는 해당 교관이 요구한 정답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실은 참모학 과정 시험결과부터 달라지기 시작했고 마지막 종합평가 후에는 우등은 아니었지만 미소를 띄울 수는 있었다.
특히 시험을 앞둔 취준생이나 직업인들을 위해 한가지 추가로 팁을 제공한다면 각종 업무 및 방안에 대한 발표시에는 그동안의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 있는 의견 제시가 높은 평가를 받지만, 시험평가는 기발한 창의성 보다는 교관의 의도를 고려하여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전술학과정에서 공격시에 곧장 정면으로 돌파하는 방법과 우회나 포위기동으로 적을 공격하는 방법 등이 있는데 각자의 의견 발표시 어느 방법을 택하던 그 방법에 부합된 여건을 제시하면 오히려 창의적이라고 칭찬 및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험에 임할 때는 시험 문제에 제시된 조건들을 면밀히 분석하면 교관의 의도가 세가지 방법 중에 어느 것에 해당한다는 것을 식별할 수 있었고 그 교관의 의도에 맞게 그 기동 방법으로 답안을 작성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바른 정의길을 가야하는 것은 진리이지만, 당시에 처한 상황과 조건이나 상급자의 의도 및 요구를 고려하여 결정하고 수행할 때 성공하는 직업인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