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노조' 확산세…'임금협상→결렬→파업' 구도 탈피할까?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최근 국내 대기업 사무직을 중심으로 노동조합(노조) 설립 열풍이 거세다.
올해 들어서만 28일 현재까지 LG전자와 금호타이어, 현대자동차 등 3개의 사무직 노조가 출범했다. 현대중공업과 넥센타이어도 사무직 노조 출범을 예약해 둔 상황이다.
이들 사무직 노조의 공통된 특징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Z세대 출생자)가 주축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또 기존 노조가 보여준 임금협상-결렬-파업 과정에서 벗어나 '새로운 소통 창구 역할'을 강조한다. 단순히 임금 교섭 이슈를 넘어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체계와 대외적·조직적·개인적 공정성에 기반한 보상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 사무직을 중심으로 부는 노조 형성 바람
대기업 사무직 노조 형성 바람은 지난 1월 SK하이닉스 직원의 성과급 이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입사 4년차 한 직원이 전직원 2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성과급 산정방식의 불투명’과 ‘실적에 따른 성과급 지급 필요성’을 촉구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연봉을 반납하고 이석희 CEO(최고경영자)까지 나서 "임직원과의 소통을 늘리겠다"며 기업문화의 새바람을 일으킨 사건이 됐다.
LG전자 사람중심 사무직 노조 역시 성과급 문제로 촉발됐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직원들의 불만은 오히려 커졌다. 사업별 성과급 지급에 대한 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임직원간 성과급도 최대 30배까지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한글과컴퓨터, 웹젠, 카카오뱅크 등 사무직 노조가 출범하면서 대기업은 물론 IT·게임 기업으로까지 노조 형성 문화가 확산되는 추세다.
업계에서는 기업문화를 새롭게 변화시키고 이끌어가고 있는 MZ세대를 필두로 소통의 필요성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성과급 이슈가 불씨가 된 것은 사실이나, 사무직 직원들과 사측 간 소통의 부재가 궁극적인 문제였다는 뜻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최근 사무직 노조 결성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노사 간의 투명성, 공정성, 신뢰도를 중요시 하는 기업문화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MZ세대로 국한된 이슈가 아닌 기업문화 전반의 변화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 "소통창구 될 것"
현대차 ‘인재존중’ 노조도 이러한 문제점을 바탕으로 사내 소통창구를 마련해 건의사항이나 불만 등에 대해 직접 얘기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기위해 출범했다.
이건우 현대차 사무직 노조위원장은 “노조가 회사와의 직접적인 소통 창구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사무연구직 노동자에 대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상 시스템을 마련하고, 근로 환경을 개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현대차 인재존중 사무직 노조는 현 생산직 노조와는 독자 노선을 걸을 예정이다. 이 위원장은 “기존 노조는 생산직, 기능직 위주로 구성돼 있어 사무연구직의 목소리가 잘 반영되지 못했다”며 “사무연구직의 지식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고, 사무연구직이 충분한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어려우면 노동자 역시 같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은 당연지사이지만 임원 연봉은 꾸준히 상승하는데도 노동자들의 연봉은 매년 제자리 걸음 수준인 것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며 “사무연구직 노동자들에 맞는 공정하고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체계와 그에 근거한 공정성에 기반한 보상시스템 도입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