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불법 승계' 첫 재판부터 검찰·변호인 불꽃 공방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된 지 3개월만인 22일 또 다시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부정 혐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박정제)는 이날 오전 10시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의 첫 재판을 열었다. 먼저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인한 공소사실을 약 2시간에 걸쳐 발표했다.
이를 통해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 왜곡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가치 과다 계상했다"고 짚었다. 지난달 12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 나온 내용과 마찬가지였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흡수합병 과정에서 △중요 사실 은폐 △허위 사실 유포 △불법로비 및 불법거래 행위 △불법 시세조종 등이 검찰이 밝힌 공소사실 요지다.
■ 검찰 "불법합병·회계부정으로 주주가치 훼손"
검찰은 "변호인은 검찰이 경영권 승계, 지배력 강화라는 합병 목적 자체를 위법·부당하다고 전제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승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합병 과정에서 행해진 허위 정보제공, 투자 정보 미제공을 문제삼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한 합병비율이 이뤄져야 했고 삼성물산에 손해가 야기됐다"며 "피고인들은 이 부회장의 사익을 목적으로 유리한 시점을 선택했고, 사업 효과는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검찰은 또 "삼바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스피)에 대한 미국 합작사의 콜옵션(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지불할 수 있는 권한)을 회계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 부채로 공시해 자산을 과다 계상했다"고 짚었다.
이어 "회계기준에서 어긋난 분식회계 결과 삼바는 자산을 4조5000억원이나 과다계상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며 "삼바는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가 기망을 했고, 합병비율 이슈를 키우고 상장에 성공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정확한 언론 보도를 바탕으로 검찰 수사를 왜곡하고 있다"고도 했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은 "검사들은 피고인이 합병이나 회계과정에서 쉼 없이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마치 범죄단체로 보는 것 같다"며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이 일반적인 경영 활동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 변호인 "일반적인 경영활동" 전면 부인
변호인 측은 허위 정보 제공과 투자 정보 미제공에 대해 애플과 KT의 주가 변화를 예로 들며 "합병시점은 예측이 불가능 하다. 게다가 단일 주주의 이익은 상정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부회장이 비용없이 삼성물산 주주가 됐다고 하는데, 제일모직 23.2% 주주였다가 그 지분이 희석화돼 대가를 지급했고, 옛 물산 주주들은 없던 통합 물산 주식을 새로 취득했다"며 "순환출자 해소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것이었고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단순화됐고 경영권 안정화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기한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하는 의견을 냈다. 변호인 측은 "삼바의 2014회계연도 콜옵션 공시와 2015회계연도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변경 회계처리는 회계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삼바는 2015년 이전까지 에피스의 85%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서 단독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검찰은 (모든 활동이) 삼성의 새로운 돌파구를 위한 사업적 필요라는 주장을 허위 명분이라고 하는데 이게 왜 허위인지 증명해야 한다"며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증명돼야 할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삼성그룹 가치는 지금 세계 5위다. 검찰 주장대로 삼성 미래전략실이 총수 보좌조직, 대주주 이익만을 위한 조직으로 움직여 왔다면 현재의 삼성이 존재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