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손경식 ‘이재용 사면’ 공식건의...반도체 주도권 강조한 문 대통령 수용하나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손경식(82)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6일 국정농단 재판결과 구속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정부에 공식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 어른’으로 평가받는 손 회장이 주요 경제단체장들이 만난 직후 내놓은 이번 발언은 재계 전체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에 참석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홍남기 부총리와 만나서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이야기를 제가 먼저 꺼냈다”면서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산업을 다시 일으키겠다고 나서는데 우리나라는 공백이 있으면 안 되지 않겠냐”고 사면 건의 배경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19개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초청해 화상회의를 갖고 미국의 반도체 주도권을 강조하고 참석 기업들의 협력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와 미국의 인텔,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경쟁적으로 자국 내 반도체 공장 증설을 요구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총수 부재 상태에서 대응해야 하는 위기 상황에 몰린 것이다. <뉴스투데이 4월 15일자 ‘[관점뉴스] 총수 이재용 구속된 삼성전자, 바이든과 시진핑의 반도체 패권다툼서 어쩔고’ 참고>
손 회장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사실은 걱정된다”면서 “(우리가) 반도체 강국인데 잘못하다간 우리 자리가 뺏기는 거 아닌가 싶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총수인 이 부회장인 정상적인 경영에 복귀함으로써 글로벌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 급변하는 글로벌 상황에 맞춰서 새로운 반도체 생산 및 투자계획을 진두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홍남기 부총리도 “들은 이야기를 전부 전달하겠다”고 대답했다고 손 회장은 전했다.
손 회장은 “다른 경제 단체장들도 (이 부회장 사면건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건의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답변하지 않았다.
■ 문 대통령도 최근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격변’ 강조...8.15 광복절에 이재용 특사 단행 가능성
칼자루를 쥐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의 격화에 대해서는 손 회장을 필두로 한 경제단체들과 동일한 인식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이날 청와대에서 확대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그 움직임이 가장 뚜렷한 업종은 반도체”라며 “반도체 산업은 우리 경제의 현재와 미래가 걸린 핵심 국가전략 산업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우리가 계속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재계의 건의를 받아들일 경우, 8.15 광복절에 이 부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