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절박함을 이해못한 KB금융노조, 리브엠 사업 좌초시키나
[뉴스투데이=이채원 기자] 국내 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던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리브엠’이 노조의 반대로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KB 노조는 7일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리브엠 사업이 혁신사업이라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은행원들은 기존 업무에만 종사하고 리브엠 사업을 별도의 조직을 신설해 진행하라는 요구가 관철될 경우에만 리브엠 사업의 존속에 찬성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해 평균연봉이 9866만원인 국민은행 직원들이 혁신사업에는 동참하지 않고 기득권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 ‘리브엠’, 2019년 제 1호 혁신금융서비스 지정돼 / 금융에 통신정보 추가해 빅데이터 구축하려는 혁신 서비스
금융위원회의 KB국민은행 ‘리브엠’ 사업 재지정 여부에 대한 결론이 오는 14일 나올 예정이다. 리브엠은 2019년 4월 제 1호 혁신금융서비스(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됐고 이로 인해 KB국민은행은 통신사가 아님에도 그해 12월부터 리브엠 알뜰폰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됐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특혜를 받으면 2년간 사업에 대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또 2년이 지나면 재심사를 하는데 통과 시 2년의 규제금지 특례가 한번 더 적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서비스와 다른 서비스의 혁신성 △규제특례 적용의 필요성 △소비자의 편익 증대 등의 약 9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통과된다.
은행권은 그동안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에 견제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데이터가 경쟁력이 된 지금의 금융시장에서 방대한 빅데이터를 이미 구축한 빅테크가 디지털금융 경쟁에서 기존 은행권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KB국민은행의 리브엠은 디지털 금융시대에 빅테크에 대항하며 은행의 경쟁력을 키우자는 취지로 만들어졌고, 금융당국의 공식 인정을 받은 것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리브엠은 금융과 통신을 융합해서 통신 데이터 중 은행의 상업성에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가지고 있다”며 “지금까지 이런 사례가 없었고 이제는 데이터가 경쟁력이 되는 금융환경에 맞춰 나온 서비스”이라고 말했다.
■ KB노조, “사업 자체는 반대하지 않지만 고유업무와 다르고 실적강요는 약속과 달라” / 혁신사업에 동참하지 않는 게 혁신 지속의 조건?
하지만 노조는 이같은 리브엠 사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은행 고유업무와 다를뿐더러 기존 금융위가 내걸었던 조건을 지키지 않고 실적강요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KB금융 노조 관계자는 “왜 리브엠 사업에 반대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처음에 금융당국에서 이 사업을 허가를 할 때 부가조건에서 실적 요구는 안된다고 했다”며 “그런데 지점별로 리브엠 가입자 수를 매기고 영업 평가에도 반영을 했다”면서 “이건 부가조건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사측에서 애초에 판매직원을 따로 두고 있었지만 이런일이 벌어졌고 지속적으로 약속을 이행을 하라 재차 요구를 했는데도 사측에서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거다’라는 답이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빅테크와 플랫폼 금융이 본격화되는데 기존 영업만 해서는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질문에는 “은행의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위해서라고 하면 당연히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업자체를 반대한다기 보다는 부가조건에 대한 위반행위가 없겠다는 확약을 하고, 기존에 했던 약속을 이행하겠다고 약속을 하면 우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하지만 사측에서 이행하려고 하는 의지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브엠 알뜰폰 판매를 창구직원에게 요구하지 말고, 그 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말라는 요구이다. 혁신사업에 동참하지 않는 것을 혁신사업 존속의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노조는 업무협의를 위한 사전 조건으로 은행측에 △혁신금융서비스 승인(부가)조건의 이행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 △’일선 창구 미 판매’ 약속 준수(2019년 9월 월례 CEO메시지) △실적압박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방안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업계 관계자, “혁신에 뒤지는 시중은행, 서서히 익어가는 개구리 신세 될 것” / “국민은행 900개 지점 중 절반은 3년 내 문 닫아야”
하지만 KB노조의 반대로 리브엠 사업이 좌초될 경우 향후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은 1998년 외환위기로 한국경제가 붕괴 위기에 처한상황에서 주택은행이 장기신용은행을 합병하고 그 주택은행을 국민은행이 합병해서 만들어진 거대한 금융기관”이라며 “이로 인해 전국의 지점망도 900여개에 달하지만 급격한 금융혁명에 디지털 소용돌이 속에서 절박한 혁신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3년 이내에 지점 절반의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KB금융의 임직원들은 급격한 금융 환경과 소비자의 니즈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나가야 하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할 경우 거대 금융조직들이 따듯한 냄비 속에서 익어가는 개구리와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혁신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결국 그 부메랑은 일선 은행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