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I 저축은행의 딜레마, 서민용 중금리 대출늘렸는데 금감원은 경영유의 조치
[뉴스투데이=고은하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금융서비스업 접근이 어려워진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을 이끌었던 SBI 저축은행이 금감원으로부터 경영유의 조치를 받았다. 이는 딜레마적 상황이다.
서민들 입장 측면에선 중금리 대출의 증대는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금융감독기관은 또 다른 리스크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난 해 확실한 업계 1위를 굳힌 SBI 저축은행의 외연 확장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달 26일 SBI 저축은행에 대해 경영유의 조치를 취했다. 이는 제재할 정도는 아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내린 행정 조치이다. SBI의 대출과 같은 위험가중자산 급증의 여파로 BIS(국제결제기준)비율이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SBI 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위험가중자산이 1년 전 6조6167억원보다 34.4%(2조2794억원) 증가한 8조8960원으로 급증했다. 반해 BIS(국제결제기준) 자기자본은 27.7%(2543억원)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BIS(국제결제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3.19%(0.70%포인트 하락)로 떨어졌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대출 등 위험가중자산이 급격히 증가할 경우 BIS(국제결제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추가적으로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 대출금 등 위험가중산이 급증되는 경우를 대비해 리스크관리를 강화하고, 자본적정성 지표에 대한 중장기 목표와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해 적극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BI 저축은행은 6개월 이내에 금감원에 보고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됐다.
■ 정진문 대표의 중금리대출 전략은 서민들에게 '고마운 선물'
하지만 SBI 저축은행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 달 16일 주주총회에서 정진문 리테일 부문 대표와 임진구 IB부문 대표의 1년 연임을 확정했다.
두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 기저엔 SBI 저축은행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SBI 저축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직전년도(1882억원) 대비 37% 가량 늘어난 258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16년 임대표가 부임한 해와 견줘볼 때 739원에서 3배 넘게 증가한 수치다. 총 자산도 11조 2561억원에 달해 저축은행 최초로 자산 10조원을 돌파했다.
여신(대출) 성장을 통한 이자수익 확대가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SBI 저축은행의 여신잔액은 7조3731억원으로 전년 대비 27.7% 급증했다. 이자수익은 1년 전보다 24.7%(1952억원) 늘어난 984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타 은행과는 달리 연 16% 이하 중금리 대출 취급을 늘린 게 주효했다. 울며겨자먹기식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했던 중저신용자들로서는 정진문 대표의 중금리 대출전략이 고마운 선물인 셈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SBI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비중은 전체 가계신용대출 중 60~70% 이상을 차지한 바 있다.
중저신용자들이 SBI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에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과거 저축은행의 부실화로 인해 중저신용자들이 피해를 입었던 것과 유사한 사태 재발을 방지하는 게 정 대표등에게 주어진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