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차 점유율 50% 굳히고 테슬라 시장 정조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명실상부한 3세경영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건강상 이유로 동일인(총수) 변경 신청서를 제출했고, 공정위는 5월 1일 대기업집단 동일인을 지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2017년 취임한 조 회장은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더 큰 법적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으면서 그룹의 혁신성장을 이끌어 가게 된다. 그의 핵심 비전은 ‘1등주의’로 요약된다. 스판덱스, 타이어코드와 같은 기존의 글로벌 1등을 강화하고 수소밸류체인과 에너지저장장치(ESS)와 같은 신성장동력 산업의 최강자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조현준 회장의 1등주의 경영을 5회에 걸쳐 심층보도한다. <편집자 주>
[뉴스투데이=김보영 기자] 2000년부터 21년동안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효성첨단소재의 주력제품인 타이어코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연기관차 시장의 최강자로서 다가올 전기차 및 수소차 시대에 주도권을 유지하는 게 과제이다.
조현준 효성회장은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의 급속한 확대에 따른 기술 업그레이드와 공격적 마케팅에 역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지배하고 있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빠른 성장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이다. 미국, 유럽연합(EU)등 글로벌 강국들은 2050년 탄소제로를 정책 목표로 삼고 있다.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 및 수소차쪽으로 빠르게 이동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테슬라 따라잡기에 전력투구중이다. 글로벌 전기차 빅 5에 안착하는 게 정 회장에게 부여된 최대 경영과제이기 때문이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과 주행성,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타이어 고무 내부에 들어가는 화학섬유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종합 타이어 보강재를 생산하고 있는 효성은 특히 PET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50%에 육박한다.
그런데 수소차와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무겁다.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받쳐주고 무게를 견딜 수 있는 타이어코드가 필수적이다. 뿐만 아니라 수소차에 활용되는 탄소섬유 등 새로운 특수섬유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로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재편' 빠른 물살/ 전기차 메이커들과의 '장기 공급계약' 체결 추진해야
특히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따른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의 재편은 빠른 물살을 탈 전망이다.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대자동차는 2030년부터 가솔린 디젤 등 내연기관을 기반으로 하는 ‘엔진 신차’출시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룸버그 NEF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2025년에 1000만대를 돌파하고, 2030년에는 2800만대, 2040에는 56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조 회장은 모빌리티 산업 혁신에 따른 신사업 확대 및 타이어코드 기술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먼저 효성은 지난 해 7월 섬유와 첨단소재, 화학 부문의 핵심 공정과 설비기술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인 생산기술센터를 출범시켰다. 효성기술원과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소속 26명 규모로 구성됐다.
조 회장은 생산기술센터 설립 당시 “세계 1등 제품이 곧 세계 1등 기술이라고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의 제품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품질경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가시적 성과도 거두기 시작했다. 효성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코드가 적용된 한국타이어 제품이 테슬라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모델Y'에 장착될 예정이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Y에 한국타이어는 19인치 타이어가 탑재되고, 그 타이어에 효성의 타이어코드가 사용되는 것이다. 효성 울산공장은 타이어코드 원료부터 최종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여기에 탄소섬유·액화수소·에어백 등 자동차 부품부터 수소 밸류체인까지 타이어코드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신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효성 관계자, "커져가는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에 부합하는 혁신 제품 만들 것"
이와 관련 효성 관계자는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이 커가면서 우리는 안전하고 깨끗한 ‘뉴 모빌리티’를 구현하고자 한다”며 “효성의 우수한 개발력과 함께 다양한 사용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이 전기차, 수소차와 같은 미래차 시대의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1등 위치를 굳히기 위해서는 '탄탄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점에서 조 회장은 탁월한 역량을 발휘해왔다.
1968년 나일론 타이어코드를 시작으로 1978년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효성은 경쟁업체에 비해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굿이어, 미쉐린 등 굵직한 타이어 기업들에 장기 공급 계약을 맺으며 글로벌 1위 타이어코드 제조사로 자리잡았다.
특히 2017년 조현준 회장이 취임하면서 효성의 타이어코드는 꾸준히 글로벌 점유율을 높여나가고 있다. '장기공급 계약'을 늘려 온 것이다. 이는 타이어코드 시장 경쟁이 점차 심화되는 가운데 조 회장이 택한 △ 기존 강점을 극대화하는 초격차 전략 △ 정치·사회·문화를 아우르는 전방위적 글로벌 네트워크 등 경영 전략이 유효했다는 분석이다.
■ 전략 1=내연기관차 시장서 '초격차 전략' 성공 거둬...전기차 고객의 니즈 파악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 해야
조 회장은 내연기관차 시대에 타이어코드 신흥 4개국인 인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에서의 성장세를 이끌며 성공적으로 시장을 확대했다는 평가다.
시장컨설팅업체 알릭스파트너스가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자동차 시장 비중은 2026년까지 향후 5년간 동남아시아가 35% 이상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30%로 2위다. 조 회장이 사활을 걸고 동남아 및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6년 기준 신흥 4개국에서 효성의 타이어코드 점유율은 22%였다. 그러나 조 회장 취임 이후인 2018년 40%로 2배 가까운 성장을 보였으며 2개에 불과하던 주요 고객사도 12개로 늘어나 수출 경쟁력을 강화했다.
효성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타이어코드 생산거점은 중국을 포함해 베트남, 미국, 룩셈부르크 등이다. 후발주자임에도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단행해 매출처 및 현지생산 공장을 확보한 것이 조 회장이 만들어낸 초격차의 시작이다. 지역 맞춤 경영을 통해 조 회장이 강조한 ‘VOC 경영’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조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고객을 중심에 두고 기술과 제품을 개발해야 우리 비즈니스의 가치를 고객에게 제대로 전할 수 있다”며 “‘VOCC(Voice of customer’s customer)’경영으로 고객의 고객이 하는 소리까지 경청해서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친환경 모빌리티 산업과 특수산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핵심전략도 VOCC경영이다. 새로운 고객인 전기차 메이커들이 원하는 타이어코드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내연기관차 타이어코드의 최강자인 효성의 기술력을 전기차 고객의 니즈에 맞게 업그레이드할 때, 초격차가 가능하다는 게 조 회장의 주문인 것이다.
■ 전략 2=정치·사회·문화 아우르는 글로벌 마케팅 전략, 새로운 전기차 시장 개척에 유리
조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타이어코드 부문에서도 가감없이 발휘돼왔다. 지난 2019년 브엉 딘 후에(Vuong Dinh Hue) 베트남 부총리가 방한 당시 섬유·소재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효성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조 회장은 베트남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협력을 강화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효성첨단소재는 현재 베트남에 2곳의 타이어코드 생산시설을 가동 중이며 공장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700억원을 투입해 신규 공장을 추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현지 인사들과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형성하며 현장 경영을 이어간 조 회장의 결과물이다.
여기에 지난해 2월 세계 최대 타이어 전시회인 ‘타이어 테크놀로지 엑스포2020’에 처음으로 참가하며 정치·문화적 방면의 마케팅을 실시하고 있다. 효성은 전시회에서 글로벌 타이어보강재 업체로서의 기술력과 품질을 알리고 고객과 영업·기술 미팅을 통해 글로벌 인지도을 높였으며 뛰어난 기술력과 품질로 북미, 유럽 등 고부가가치 타이어 시장을 공략해 업계 1위의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조 회장의 이 같은 전방위적 글로벌마케팅 전략은 전기차 시대에 신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주효할 것으로 관측된다.
■ 과제=과도한 부채비율 우려 해결해야/효성 관계자, "코로나 충격줄어들면 부채비율 개선될 것"
다만 과도한 부채비율 해결을 통한 투자 확대는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효성첨단소재 자본총계는 3811억원, 부채총계는 1조9954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약 524%나 된다. 비록 별도제무제표 기준 효성첨단소재의 부채비율은 176%이지만 부채비율의 부담이 여전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초격차를 이루기 위한 선제적 투자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효성첨단소재의 차입금은 1조3698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359%에 달한다.
타이어코드 및 관련 특수섬유 산업은 고부가가치 사업이고 현재 시장의 확대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에 맞춰 선제적 투자를 단행하기 위해선 먼저 부채비율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 효성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생산량이 줄어 타이어코드 판매도 함께 감소해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보여진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3분기 부터 전세계 자동차 생산량이 증가해 다시 타이어코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올 1분기 부터는 영업이익 확대 및 부채비율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