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왜 안 올라?"…치솟는 몸값에 개발자 이직 '붐'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요즘 개발자들 몸값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본인은 왜 안 오를까' 고민하는 사람들은 빨리 이직하세요.”
최근 개발자들 사이에서 이직 붐이 일고 있다. 개발자 몸값이 그야말로 ‘금값’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시작된 개발자 유치 전쟁이 IT 업계 전체로 번지면서 ‘개발자들의 잔치’가 시작됐다. 그 가운데 만족스럽지 못한 임금을 받고 있는 개발자들은 이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 번에 큰 폭으로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어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전날 ‘개발자들 빨리 이직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본인을 개발자라고 소개한 작성자는 “지잡대(지방대를 비하하는 용어) 컴퓨터 공학과 나와서 작은 기업 1년 조금 넘게 다니고 이직했다”며 “회사만 옮겼을 뿐인데 연봉이 3600만원에서 5100만원으로 올랐다”고 적었다.
그는 본인이 가진 스펙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현재 개발자 유치 경쟁이 과열돼 연봉 450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기업들로부터 스카우트 제의가 많이 들어와 1년 사이에 연봉을 40% 가까이 올리는 데 성공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금 몸값 못 올리면 바보”라며 개발자들의 이직을 독려하는 문장으로 글을 맺었다. 이런 글이 게시되자 누리꾼들은 댓글에 대댓글을 다는 등 큰 호응을 보였다. 대형 IT 기업 재직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형도 더 올려 아직 낮아”라며 개발자 연봉 상향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이도 같은날 블라인드에 “개발자로 입사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연봉 700만원을 올려주겠다는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개발자 연봉 인상 전쟁의 신호탄은 넥슨이 쏘아 올렸다. 넥슨은 지난 2월 임금 체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상향 개편했다. 넥슨은 개발자 초봉을 5000만원으로 올리고 전 사원 연봉 800만원 상향 등을 발표했다. 넥슨의 연봉체계 파격 개편 이후 IT·게임업계 개발자 유치 경쟁에도 불이 붙었다.
넥슨의 뒤를 이어 다른 대형 게임사들도 줄줄이 연봉 인상 행렬에 올랐다. 크래프톤은 개발직군 연봉을 2000만원 일괄적으로 올리고 개발자 초봉은 6000만원으로 책정했다. 펄어비스는 지난 1월 ‘2021년 연봉협상’을 통해 올린 연봉 외에 800만원을 더 지급할 계획이다. 엔씨소프트도 개발직군 연봉을 1300만원 올렸다.
이런 영향으로 개발자는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 등에게 ‘꿈의 직업’으로 떠올랐다. 전공자가 아닌 문과 계열 대졸자들까지 코딩 학원 수강을 자처할 정도다. 하지만 여전히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는 개발자들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
한 중소 IT 업체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회사 내부에서도 타 게임사나 IT 기업들의 개발자 연봉 인상 소식을 듣고 개발자들의 불만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그만큼의 임금을 줄 수 없기 때문에 난처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