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묵은 롯데·농심 갈등, 아들들이 대신 풀까
[뉴스투데이=강소슬 기자] 농심 창업주 율촌(栗村) 신춘호 회장이 27일 세상을 뜨자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범롯데가(家) 조문이 이어지자 반세기 넘게 이어온 농심과 롯데에 화해무드가 형성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농심과 롯데는 수십 년 전부터 크고 작은 마찰이 이어졌다. 5남5녀 중 맏이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과 둘째 남동생인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은 오래전부터 왕래가 끊겼던 사이로, 지난해 1월 신격호 회장 별세 당시 신춘호 농심 회장은 끝내 형을 찾지 않았다.
■ ‘라면 사업’ 놓고 반세기 전 의절한 신격호·춘호 형제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일본에서 사업을 시작할 당시 신춘호 농심 회장과 함께 기업을 키우며 우애가 좋았지만, 한일협정 이후 국내로 사업을 넓히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겼다.
신춘호 회장은 1962년 일본 롯데 이사를 지내다 1965년 귀국해, 라면 사업 추진을 놓고 형 신격호 명예회장의 반대로 갈등을 겪었다. 신춘호 회장은 결국 농심 전신인 롯데공업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그러자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라는 사명을 쓰지 못하게 했고, 1978년 롯데공업은 농심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두 형제는 왕래를 끊고, 신 명예회장이 주최하는 가족 행사나 신춘호 회장의 고희연 등에도 서로 찾지 않았다.
지난해 1월 신격호 명예회장 별세 당시 신춘호 회장은 빈소에 나타나지 않았고, 장남인 신동원 농심 부회장과 차남인 신동윤 율촌화학 부회장이 조문했다.
일각에서는 신춘호 회장의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다는 말이 있었지만, 장례 기간 농심 본사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 3일째 신춘호 회장 빈소 찾는 롯데가 사람들
서울대병원에 마련된 신춘호 회장의 빈소에는 롯데그룹 전·현직 임직원이 고인이 떠난 27일부터 3일째 빈소를 찾고 있다. 이는 일본에 체류 중이라 직접 빈소를 방문하지 못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애도 뜻을 대신 표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신 명예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회장은 조화를 보내 추모의 뜻을 전했다. 신 회장이 보낸 조화는 영정사진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이를 두고 농심과 롯데그룹의 2세 경영이 본격화되며 반세기 넘게 이어진 갈등의 골이 메워지는 수순이라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롯데가 장녀 신영자 전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 이동우 롯데지주 사장, 이영구 롯데그룹 식품 BU장(사장)이 빈소를 찾았다. 특히 송 부회장은 이틀 연속 조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