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절충교역 활용한 ‘소재인증’ 활성화로 소재 산업 육성해야
한국의 방위산업이 새로운 활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방위산업이 처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함께 법규 제·개정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방위사업 전반에 다양한 문제들이 작용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뉴스투데이는 이런 문제들을 심층적으로 진단하는 [방산 이슈 진단]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 별도 비용 없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소재인증’ 받을 기회 생겨
[뉴스투데이=김한경 안보전문기자] 2019년 7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이후 정부는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절충교역을 통해 해외 항공기 제작사의 소재 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해 3월 방위사업청은 절충교역지침의 일부 조항을 개정했다.
절충교역지침 제13조(협상방안 수립)는 ‘중소기업이 무기체계 개발·생산, 정비물량 확보, 항공 MRO 능력 확보 중 어느 하나에 참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경우로서 국외업체에서 운영하는 품질인증(공정승인 포함)의 확보’를 협상방안에 추가했다. 즉 중소기업이 해외업체와 연관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소재인증을 비롯한 각종 인증이 필요한 경우 소요 비용을 절충교역으로 인정한다는 의미다.
절충교역이란 해외업체로부터 무기체계를 수입할 경우 계약 상대방에게 우리가 원하는 기술 이전이나 부품제작 수출, 창정비 등 일정한 반대급부를 요구하는 조건부 교역을 말한다. 이 반대급부로 해외업체에 요구하는 내용에 소재인증을 포함시켜 소재 업체는 별도의 비용 지불 없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소재인증’을 받을 기회가 생긴 것이다.
■ 간접절충교역 포함해 소재인증 받고, 중견기업까지 혜택 넓혀야
그런데 개정된 지침이 무기체계 개발이나 정비물량 확보 등 연관된 사업이 있을 경우에만 소재인증을 받을 수 있도록 한정함에 따라 이런 사업에 참여하지 못한 소재 업체는 절충교역을 통해 소재인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소재인증만 받게 되면 새로이 부상하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게 되고 해외수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와 관련, 절충교역 심의위원으로 다년간 활동한 심상렬 광운대 방위사업연구소장은 “절충교역은 해당 사업과 관련된 직접절충교역과 관련이 없는 간접절충교역으로 구분된다”면서 “해당 사업과 직접 연관된 업체에 우선권이 주어질 수는 있지만 관련이 없어도 향후 국가적 차원에서 소재산업 육성에 필요하다면 간접절충교역에 포함시켜 소재인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소재 산업은 개발과 생산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분야여서 중소기업이 추진하기에는 제약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중견기업 규모는 돼야 한 번 뛰어들 생각을 해볼 수 있는데, 개정된 지침은 중소기업에 국한해 소재인증을 받을 수 있게 규정함으로써 중견기업은 절충교역의 혜택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문수 한국카본 대표는 “당연히 중견기업까지 포함시켜야 국내 소재 산업이 활성화되며, 소재인증을 추진하는 해외업체도 선택의 폭이 넓어져 글로벌 공급망에 포함될 가능성도 생긴다”면서 “중소기업을 우대하고 싶으면 동일 조건에서 중소기업에 우선권을 주거나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만들면 된다”고 주장했다.
■ 소재 산업 육성 위해 절충교역 가치 3배 이상 인정도 검토해야
한편, 해외업체가 소재인증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려면 확실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로 해외업체가 소재인증을 진행하려면 현장 실사, 시편 제작, 제품 물성 테스트, 평가 리포트 작성 등에 상당한 비용이 들게 된다. 하지만 현행 절충교역지침의 가치평가 조항은 최대 2배까지만 가치를 인정할 수 있다.
절충교역 분야를 장기간 연구해온 유형곤 한국국방기술학회 정책연구센터장은 “글로벌 방산업체가 소재인증을 해줄 경우 수출에 상당한 도움이 되며, 직접 구매까지 하면 이를 레퍼런스 삼아 다른 해외업체에 납품하는데 매우 유리하다”면서 “국내 소재의 가격경쟁력이 높지 않은 편이니 소재 산업 육성을 위해 절충교역 가치를 3배 또는 그 이상 인정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무기체계에 적용될 수 있는 소재라고 하더라도 우리 군이 실제로 사용한 적이 없다면 아직 군수품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고 산업통상부장관 또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소관의 절충교역 건에 해당되기 때문에 방위사업청과 해당부처 간 업무 정리는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연유로,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4일 ‘방위사업청장 초청 방산간담회’에서 절충교역을 통한 수출용 소재인증에 관해 질의하면서 해법 마련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재 업체들이 인증에 관심이 많은데다, 지난해 개정된 절충교역지침의 일부 조항을 수정 보완하면 충분히 가능하므로 방위사업청의 적극적인 검토와 발 빠른 조치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