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은 뒷전?…'IT공룡' 카카오, ESG 중 E에 유독 약한 까닭
[뉴스투데이=이지민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ESG 경영에 굳은 의지를 보이는 'IT공룡' 카카오(대표 김범수). 하지만 유독 환경(E) 부문에서만큼은 저조한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환경 경영(E)과 사회적 책임(S), 지배구조(G)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산업 전반에서 ESG 경영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카카오 역시 올해들어 ESG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다방면에서 노력 중이다.
지난 1월에는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김범수 의장이 맡았다. 이후 카카오는 12대 실천 분야를 정하고, 현재 추진 과제 80여개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엔 ESG 활동 세부 내용을 담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도 발간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카카오의 역대 ESG 평가 성적이 좋은 건 아니다.
실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공개하고 있는 ESG 평가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는 2020년 전체 B+등급, 환경 경영 부문 C등급을 받았다. 2019년에는 전체 B등급을 받았으나 환경 경영 부문에서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받았다. 2018년 역시 전체 B등급, 환경 경영 부문 C등급을 기록했다.
■ 기업지배구조원 “카카오, 작년말까진 환경 관련 활동 적어”
이처럼 카카오가 유독 환경 경영 부문에서 좋지 못한 성적을 받아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환경 성과 공시의 부재 탓”이라는 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측 설명이다.
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카카오는 그전까지 환경 부문에 대해 대응을 많이 하지 않은 편”이라며 “경영 체계나 환경 경영 목표, 추진 계획 등 성과와 계획에 대해 거의 공시를 하지 않았고 실제적으로 타기업에 비해 환경 관련 활동이 위축돼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카오가 적극적으로 환경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했다”며 “올해 6월에 또 한 번 ESG 평가가 있을 예정이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시작된 카카오의 환경 대응 노력이 올해 평가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평가 문항의 가중치와 지표의 차이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 기업들의 경우 제조업 등 일반 산업체에 비해 환경 경영 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그렇기에 기존 기업들을 평가하던 지표로 IT 기업인 카카오를 평가하면 상대적으로 특정 지표에 대해 고민한 시간이 적은 카카오의 환경 경영 부문 성적이 저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문가 “IT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환경적 책임에 대해 수용하고 논의해야”
그렇다면 카카오가 환경 경영 부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카카오같은 IT 기업 역시 환경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ESG 경영 분야 전문가로 꼽히는 이재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IT 기업들도 민감도의 차이일 뿐 환경에 둔감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석유화학 업계만 환경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산업이 환경을 염두에 두고 움직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T 기업들도 환경적 책임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IT 기업들이 RE100(2050년까지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만 충당하겠다는 기업들의 자발적 약속) 등 환경 관련 활동의 중심에 있는 만큼 향후 경제 원리를 논의할 때 환경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이를 각종 사업 모델과 어떻게 연계시킬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국내 IT 기업들 사이에서 환경 경영에 대한 공감대가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환경 경영을 선제적으로 수용하게 되면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