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염보연 기자] 경찰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을 비판하는 여론에 대해 '아니꼬우면 이직하라'는 등 조롱성 글을 올린 LH 직원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17일 오후 3시 30분부터 진주에 있는 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블라인드 앱 운영사인 '팀블라인드'도 압수수색할 예정이었으나 등기부등본상 주소와 실제 사무소 위치가 일치 하지 않아 지체됐다. 서울 강남구 소재 팀블라인드 사무실을 뒤늦게 확인했지만, 모든 직원이 퇴근한 뒤였다.
경찰은 수사에 필요한 유의미한 자료가 있는지 파악하고 이 사무실에 대해 다시 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팀블라인드 미국 본사에도 영장을 첨부한 이메일을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앞서 해당 작성자는 지난 9일 블라인드에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씀'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어차피 한두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이 지나가겠지”라며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적었다.
이어 “아무리 열폭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꿀 빨면서 다니련다”고 조롱했다.
안 그래도 직업윤리 실종으로 비판을 받던 LH는 이 글로 인해 더욱 거센 포화를 맞았다. 결국, LH는 지난 14일 해당 글 작성자를 대상으로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발했다.
■블라인드, 익명 기반 직장 갑질·정보 공유 플랫폼…글쓴이 색출 가능할까
Q. 정말 익명인가요?
A. 블라인드 직원도, 대표의 며느리도 여러분이 누구인지 모릅니다.
블라인드는 주식회사 팀블라인드에서 만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이다. 팀블라인드는 원래 한국 기업이었지만 2014년 미국으로 본사를 이전했다. 실제 기업에 소속된 이용자들이 블라인드를 통해 기업 연봉이나, 갑질 등의 내부 문제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회사 이메일을 통한 가입 인증으로 실제 해당 기업의 재직자라는 신분을 내보이면서도 익명성을 보장 받는다. 하지만 파면·해임·퇴직자의 계정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글쓴이가 현직에 없는 상태일 수도 있다.
블라인드의 ‘개인정보처리방침’을 보면 블라인드 가입자의 모든 정보는 암호화를 거쳐 저장되며, 회사는 암호화된 정보를 복호화(암호화된 정보를 되돌리는 것)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작성자를 특정하지 못하면, 범죄 혐의를 충분히 담고 있다고 하더라도 형사 절차 개시는 사실상 어렵다.
블라인드 측은 암호화된 정보가 시스템에 저장된 후에는 누구의 정보인지 관리자도 확인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익명성을 중시하는 미국 기업이 수사에 협조할지도 미지수여서, 경찰의 이번 수사가 성과를 거두고 작성자를 실제 처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