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94)] 육군대학은 새로운 인연의 향기를 풍기는 곳

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입력 : 2021.03.18 18:12 ㅣ 수정 : 2021.03.19 09:59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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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9년 당시 진해 육군대학의 기념 코인과 전산실과 연병장에서 각 조별로 수업 및 토의를 하는 모습 [사진=육대/김희철]

 

[뉴스투데이=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육군대학 학생장교들은 전후방 각지에서 소령으로 진급한 장교 중에 평정, 지휘추천, 시험 등을 종합한 성적순으로 정규, 단기, 통신과정으로 구분되어 입교한다. 또한 중령 진급자는 대대장반, 대령 진급자는 연대장반 교육을 받는 등 모든 영관장교들의 보수교육 장소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당시 ‘정규 45기과정’으로 입교한 동료들은 세련되며 매너도 좋아 도무지 흠 잡을 곳이 없는 우수한 장교들로 구성되었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군생활 동안에 시간 및 장소를 불문하고 가장 소중하며 또 오래간다.

 

“화향백리(花香百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주향천리(酒香千里)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라며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옛 시가 절실하게 공감되는 이유이다.

 

필자가 초급 장교로 약 8년을 근무했던 격오지 전방의 승리부대에서 7번(36년 9개월의 군생활 동안에 총 24번 이사)째 이사를 하며 육군대학으로 내려올 때 전출신고를 받은 사단장 최권영 소장(육사19기)은 그동안 고생했다며 격려금을 주었다. ( [김희철의 직업군인이야기(90)] ‘전국 최저 기온을 기록하던 최전방 동토의 왕국에서 따뜻한 남쪽나라로…(상)’ 참조)

 

그러나 이 격려금은 필자를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아래 사진의 ‘승리부대 동문 주소록’에서와 같이 육군대학 교육을 마치고 승리부대로 부임하는 학생장교들을 포함한 승리부대 동문 장교들에게 애대심(愛隊心)을 고취시키기 위한 격려회식을 하라는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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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군대학 교육을 마치고 승리부대로 부임하는 장교들을 포함한 승리부대 동문 장교들에게 애대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격려회식을 전파하기 위해 필자가 작성 배포한 ‘알림’과 ‘승리부대 동문 주소록’ [사진=김희철]

 

출신 학교와 고향 및 조별, 줄・오・대각선별 등의 모임으로 인향만리(人香萬里)를 풍겨…

 

승리부대 전출시에 사단장으로부터 승리부대 동문 장교들의 애대심(愛隊心) 고취 위한 격려회식 임무를 부여받은 필자는 본인의 미래 발전을 위한 성적 관리도 중요했지만 바빠졌다. 인접 동료들에게 물어 물어 승리부대로 부임하는 장교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승리부대 출신장교들의 시간 계획을 확인하여 모임 날짜와 장소를 정하고, 위의 사진과 같이 알림장과 동문 주소록도 만들었다.

 

육군대학 정규과정은 3개 반으로 편성되어 수료시 까지 계속되었다. 한 개 반은 약 50~60명씩으로 구성되었고 또 각반은 4개 조로 세부 편성되어 주로 조별 토의와 발표 등으로 진행되었다. 

 

그래서 교실내의 각자 자리를 기준으로 조별, 줄·오·대각선별로 모임도 있었다. 물론 출신학교, 고향, 기타 연관된 사람 간의 별도 모임은 필수였다. 마치 새로운 인연을 쌓기 위해 육군대학에 들어온 사람들처럼 보였다. 

 

드디어 ‘승리부대 동문 모임’이 개최되었다. 새로운 인연을 쌓기 위해 모임을 많이 한다는 육군대학의 특성을 이미 경험했던 사단장의 의도대로 시행된 ‘승리부대 동문 모임’은 100% 성공이었다.

 

사단장의 배려로 모임이 주선되었다는 소문이 퍼져 대상자는 거의 참석했고 타부대로 부임해가는 동료들 마저도 승리부대만 사단 모임을 한다고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특히 승리부대에서 근무했던 선후배들은 한잔 술을 나누면서 해우의 정을 만끽했고, 승리부대로 새로이 부임하는 장교들은 사전에 부대의 근무여건을 확인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유익했다. 특히 필자를 통해 ‘승리부대 동문 모임’을 하라고 지시한 사단장에게 감사함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육군대학 교육기간 동안 교실내의 분임조·줄·오·대각선 등 각종 모임을 통해 좋은 인연을 만들며 만난 학생장교들은 교육수료 후 다시 전후방 각 부대로 배치된다. 

 

육군대학 교육과정에는 보병·포병·기갑·공병·통신등을 비롯한 전투병과 뿐만 아니라 병참·헌병·의무·법무 등 기타 병과 장교들도 함께 입교하며 이들은 각 반과 분임조에 고루 분포되어 수업을 진행했다. 

 

이들이 전후방 각 부대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인접부대 간의 업무 협조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 보병인 필자 같은 경우에도 부대에 리스크가 발생해 상급 및 인접부대를 방문했을 대 그 부대에 육군대학 동기가 있으면 일단 그 리스크는 해결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육군대학에서 같이 보낸 인연이 모든 문제를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원할하게 소통하며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보병병과로서 제한되는 업무에 문제가 있을 때에 헌병이나 법무 및 병참, 의무 병과의 육군대학 동기들은 엄청난 힘이 되어 주었다.

 

전술 지식을 포함한 군사적 식견을 배양함은 물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서로 부대끼면서 좋은 인연이 쌓여 군생활하는 동안 시너지 효과가 있었고, 제대 후인 지금도 좋은 인연으로 만난 육대 동기 모임을 하는 일부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육군대학 과정을 통해 인구에 회자(膾炙)되고 있는 “화향백리(花香百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인향만리(人香萬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는 사자성어가 진리임이 증명되었다. 

 

또한 이렇게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자산이고 능력이며, 끈끈한 인간관계가 직업인들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육군대학 수료 후 기나긴 군생활을 하면서 체험을 통해 깨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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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철 한국안보협업연구소장 프로필 ▶ 군인공제회 관리부문 부이사장(2014~‘17년), 청와대 국가안보실 위기관리비서관(2013년 전역), 육군본부 정책실장(2011년 소장진급) / 주요 저서 : 충북지역전사(우리문화사, 2000), 비겁한 평화는 없다 (알에이치코리아,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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