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5조' 이베이…'승자의 저주' 우려에도 입찰 경쟁 가열
[뉴스투데이= 박기태 기자] 네이버(시장 점유율 17%)와 쿠팡(13%)에 이어 국내 이커머스 업계 3위 사업자인 이베이코리아를 놓고 유통사뿐 아니라 통신사와 사모펀드까지 주판알을 튕기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G마켓, 옥션, G9를 운영하며 시장 점유율 12%대 기록 중인 이베이코리아가 누구 품에 안기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의 매각 예비입찰은 16일 진행되며, 희망 매각가는 5조원(지분 100%) 정도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은 물론 카카오, SK텔레콤(SKT),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까지 뛰어들 예정이다. 이처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이 가열 양상을 보이는 건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으로 100조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쿠팡이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영향이 크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 쿠팡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다. 이베이코리아가 16년동안 적자 한번 없는 알째배기 기업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롯데는 지난해 4월 야심차게 선보인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이 심각한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누구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강력한 우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그런만큼 다소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만약 롯데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시장 점유율을 16%까지 높여 업계 2위 사업자로 올라 설 수 있다.
신세계도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몸집을 단숨에 키울 수 있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참전이 점쳐진다. SSG닷컴은 지난해 거래액이 3조9000억원 정도로,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에 불과하다.
SKT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자회사 11번가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11번가는 이커머스 업계 4위 사업자로, 시장 점유율은 약 6%다. 만약 이베이코리아를 품으면 네이버, 쿠팡과 함께 빅3 경쟁 구도를 갖출 수 있다.
이 밖에 카카오와 홈플러스를 보유한 MBK파트너스도 입찰 경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을 키워 온라인쇼핑 맞수인 네이버(거래액 27조원)와 맞먹는 수준이 될 수 있다. MBK파트너스는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를 노릴 수 있다.
다만 '최대 5조원'이라는 매각가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반대로 쿠팡이 100조원이라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만큼, 5조원이라는 이베이코리아 매각 희망가가 저평가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미국 상장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큰 변화의 바람이 예고된 상황이어서 이베이코리아가 '게임체인저'로서 급부상하고 있다"며 "가격이 관건이지만 이베이코리아를 누가 품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시장 판도가 급변할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