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부인까지…날로 커져가는 대구·경북 ‘LH 투기’ 의혹

김덕엽 기자 입력 : 2021.03.12 01:25 ㅣ 수정 : 2021.03.12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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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수성구 연호화훼단지 곳곳에 걸린 ’LH는 화훼인 잡지 말고, 투기꾼 먼저 잡아라’라는 내용의 현수막, 현재 연호지구는 투기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뉴스투데이/대구=김덕엽 기자]

 

[뉴스투데이/대구=김덕엽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대구·경북지역에서 날로 커지고 있다.

 

12일 <뉴스투데이 대구경북본부> 취재 결과 김대권 수성구청장의 부인인 A씨가 LH의 수성구 연호 공공주택지구에 농지를 사서 1억원이 넘는 차액을 남기는 보상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투데이 대구경북본부>가 관보에 게재된 공직자 재산신고 내역 등을 확인한 결과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부구청장으로 재직 중일 당시 그의 부인인 A씨가 2016년 3월 개발지구로 지정되기 전에 이천동 밭 420㎡를 2억 8500만원에 구매했다.

 

이후 2018년 일대가 연호지구 지정에 포함됐고, A씨는 해당 토지를 지난해 12월 LH와의 협의 보상을 통해 3억 9000만원에 소유권을 넘겼다.

 

이에 대해 김 구청장 측은 “당시 농지 매매는 아내가 주말농장을 하고 싶어해서 여유 자금으로 밭을 구매했고, 오랫동안 고추와 감자 등 작물 농사를 짓다가 지구 결정이 난 뒤 매도했다”고 해명했다.

 

김 구청장 측은 “개발 정보를 미리 알지 못했고 투기 목적이 아니었지만 자진해서 수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수성구 감사실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앞서 공공택지지구로 지정된 연호지구의 경우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앞둔 2018년 5월 이전 토지거래량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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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국토교통부 토지거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천동과 연호동 일대 토지거래량은 2015년 110건(이천 73건, 연호 37)에서 2016년 82건(이천 46건, 연호 36건)이었다. 그러다 2017년엔 152건(이천 82건, 연호 70건) 약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에 모자라 공공지구 지정 이전인 2018년 5월까지 약 70건 가까이 거래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투데이/대구=김덕엽 기자]

 

<뉴스투데이 대구경북본부>가 ‘국토교통부 토지거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입수하여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이천동과 연호동 일대 토지거래량은 2015년부터 2018년 5월 이전까지 특정 시기에 거래량이 2배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천동과 연호동 일대 토지거래량은 2015년 110건(이천 73건, 연호 37)에서 2016년 82건(이천 46건, 연호 36건)이었다. 그러다 2017년엔 152건(이천 82건, 연호 70건) 약 2배 가까이 급증했고, 공공지구 지정 이전인 2018년 5월까지 약 70건 가까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일부의 경우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토지를 거래한 것으로 드러나 ‘연호지구에 대한 내부정보’가 유출됐다는 가능성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LH대구경북본부에서 근무한 직원이 사내 메신저를 통해연호지구를 언급하며 “무조건 오를 거라서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걸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땅 수익이 회사에서 평생 버는 돈보다 많다”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부동산 투기가 아닌 전수조사와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참여연대 등이 ‘연호지구에서도 사전 개발 정보를 이용한 투기나 분양권 취득에 연루되었다는 제보가 있었다’고 밝힌 데 이어 실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전에 토지 거래량과 다세대 주택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등 개발 정보 유출과 투기 정황이 확인됐다”며 “연호지구의 경우 LH가 보상과정에서 실제 거주 여부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아직도 사업 시행 여부와 보상 등에 대한 갈등이 진행 중에 있고,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논란 등 사업의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으며, LH의 사업은 대구도시공사가 시행하는 개발사업에 비해 개발정보 유출의 효과와 투기 가능성이 훨씬 큰 사업인 만큼 LH대구경북본부와 대구시, 수성구 등 연호지구 개발사업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었던 기관의 구성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는 한편 전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대구참여연대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동산 투기를 뿌리부터 뽑아내고, 부동산 경제정의를 확실히 확립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LH와 청와대, 범정부 차원의 조사와 수사가 시작된 만큼 지역에서도 대구도시공사와 경북개발공사, 경북도와 그 산하기관 공무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 조사가 시작된다”며 “반면 대구시는 묵묵부답으로, 시 또한 본청과 산하기관 공무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한 고강도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구참여연대는 “대구시 공무원을 비롯한 지방의회 의원들에 대한 조사 또한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등 각 정당의 대구시당과 소속 의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당론으로 채택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이날 “한민정 시당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부동산 투기공화국 해체 특별위원회’를 설치한다”면서 “특위 산하엔 ‘부동산투기 공익제보센터’도 두겠다”고 밝혔다.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여 개인 핸드폰번호로 직접 제보를 받는다”며 “제보된 내용에 대해서는 중앙당 특위와 심상정 의원실 등과 협의하여 경찰 수사 의뢰 등 투기 문제를 뿌리뽑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전날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진보당 대구시당은 달서구 소재 LH대구경북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H 전·현직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에 민심이 들끓고 있고, 투기 의혹은 집값을 잡겠다고 발표했던 정부의 정책을 비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이들은 “LH 투기 의혹은 고위 공직자뿐 아니라 일반 공직자도 언제든지 공공의 정보를 유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형사 처벌이 확정되면 투기 부동산 몰수, 투기 이익 전액 환수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민주노총 대구본부와 진보당 대구시당 측은 서남진 LH 대구경북본부장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항의서한을 전달받은 서남진 LH 대구경북본부장은 “이번 사태로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사죄드린다”며 “현재 투기 의혹에 대해서 조사 중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히 문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정부는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합동 조사 결과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 중 투기의심자를 20명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차 합동조사결과 발표에서 “국토부와 LH 임직원 등 총 1만4000여명의 거래내역과 소유정보를 각각 조사하고 상호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며 “조사결과 민변과 참여연대에서 제기한 투기의심사례를 포함해 총 20명의 투기 의심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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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경찰청 전경 [사진제공 = 경상북도경찰청]

 

이와 관련 경찰 또한 부동산 LH 투기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다. 대구시경찰청과 경북도경찰청은 각각 광역수사대장과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운영한다.

 

경찰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수사팀’은 공무원·공공기관 임직원 등의 부동산 ‘내부정보 부정 이용행위’, 개발예정지역 농지 부정취득·토지 불법 형질변경 등 보상 이익을 노린 ‘부동산 투기행위’, 허위거래 신고 후 취소, 담합을 통한 시세조작, 불법전매, 차명거래, 미등기전매, 불법중개 등 각종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을 집중적으로 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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