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투데이= 박기태 기자]  삼성중공업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영국 런던 중재 재판부가 스웨덴 스테나(Stena)의 손을 들어주면서 미리 받은 선수금과 지연이자 등을 물어주게 생겼다. 그 금액이 총 4632억원에 달한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013년 6월 스테나로부터 반잠수식 시추설비(Semi-submergible Rig) 1척을 7억1800만달러(약 8100억원)에 수주했다. 이후 총 계약금의 30%를 선수금(2억1540만달러, 약 2400억원)으로 받고 건조에 들어갔다. 인도 기한은 2016년 3월20일까지였다. 

하지만 상황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선사의 잦은 설계 변경과 과도한 요구로 기한을 맞추지 못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2017년 6월 스테나에 공정 지연에 따른 비용과 기한 연장을 주문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계약 해지 통보였다. "납기일을 맞추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스테나는 여기에 더해 납입했던 선수금에 지연이자를 보태 돌려달라고 삼성중공업에 요구했다.

이후 중재 절차에 돌입했지만 중재재판부는 끝내 삼성중공업의 패소를 결정했다. 중재재판부는 "정해진 납기 내에 당사의 선박건조가 완료되지 않아 선주사의 계약해지 권리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내놨다. 

이같은 결정에 삼성중공업은 곧바로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중재 판결은 시황 악화 시 선주사가 의도적으로 공정을 지연시켜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영국 고등법원에 항소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중재 결과로 삼성중공업의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지난해 재무제표에 충당금이 수정 반영된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중재 결정으로 충당금 2877억원을 2020년 재무제표에 추가 반영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해당 중재에 대비해 2020년까지 충당금 1925억원을 설정해 놓은 바 있다.

이와는 별개로 삼성중공업은 2018년 노르웨이 시추회사 오드펠에 해당 시추설비를 매각해 건조대금 일부(5억달러, 약 5663억원)를 회수했다.